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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Apr 26. 2022

과테말라의 슬픈 역사, 그리고 '후안 헤라르디' 이야기


스페인어엔 ‘Nunca Más’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한국어로 ‘두 번 다신 안돼’라는 뜻을 가진 문구인데요. 중남미에선 1980년대부터 반폭력을 외치는, 군부 독재 희생자를 기리는 문구로 쓰이고 있습니다. 


1985년 4월 26일 과테말라에선 바로 이 ‘Nunca Más’란 이름으로 책 한 권이 출간됐습니다. 과테말라는 1960년부터 이어져온 내전으로 약 20만 명이 피해를 봤는데, 책은 내전 동안 발생했던 끔찍한 일들을 상세히 기록했습니다. 특히 책에선 내전의 희생자 대부분이 힘없는 원주민들과 소작농이었음을 밝혔고,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채 잊혀지는 안타까운 현실을 고발했습니다.  


과테말라에서 책을 내고 진상 규명에 힘쓴 인물은 바로 후안 헤라르디 (Juan Gerardi) 주교였습니다. 그는 평생을 원주민들의 인권 보호에 힘썼고, 내전 동안 그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았습니다. 1988년 헤라르디는 ‘국가화해위원회’에 임명됐고, 과테말라 내전과 관련한 피해자 증언과 문서를 모으는 프로젝트를 맡게 됐습니다.   


10년 동안 진행된 헤라르디의 프로젝트의 완성본이 바로 ‘Nunca Más’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이 출판된지 이틀 뒤, 헤라르디 주교는 괴한들에 의해 끔찍한 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헤라르디가 군부의 더러운 일들을 들춰낸 것에 대한 보복으로 그를 살인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도 헤라르디는 이미 여러 차례 협박을 받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새로운 과테말라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 위험에 맞서 이 일을 계속해 나가겠다"라며 묵묵히 일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비록 그는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지만, 용기를 내 끝마친 그의 작품 덕분에 과테말라의 잊혀질 뻔한 역사는 영원히 기억되고 있습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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