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는 2000년대 초까지 이혼이 법으로 금지된 나라였습니다. 칠레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뒤, 무려 1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혼을 법으로 금지해온 것이었습니다. 만약 서로 결혼 생활이 맞지 않아 이혼을 해야했다면, 결혼 서약이 거짓이라고 얘기하거나 심할 경우 결혼식이 아예 없었다고 우겨야 할 정도였습니다
매번 이혼과 관련한 황당한 일이 일어났음에도 칠레는 이혼을 합법화 하는데 굉장히 보수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종교적 이유였는데요. 칠레는 전통적으로 카톨릭 신자 비율이 많은 국가였고 보수적인 카톨릭 교회에선 이혼법 관련 이슈가 나올 때마다 이를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심지어 절반이 넘는 국민들이 이혼을 허락하는 새로운 법안에 찬성했지만, 교회를 중심으로한 반대 세력이 이를 저지하며 이혼법이 통과되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칠레의 금지된 이혼법은 2004년 5월 7일이 돼서야 공식적으로 합법화됐습니다. 1997년 처음 논의된 법이, 약 7년 만에 의회를 통과한 것이었습니다. 칠레는 이를 기점으로 '남미에서 마지막까지 이혼법이 없는 유일한 나라'라는 꼬리표를 떼개 됩니다.
합법화 첫 날, 칠레에선 기다렸다는 듯 수 십 건의 이혼 소송이 제기됐습니다. 이 때 마리아 빅토리아 토레스는 최초로 이혼 소송을 제기한 48세 여성으로 기록됐습니다. 10년 넘게 가정 폭력을 당해 이혼을 결심한 그녀는 인터뷰에서 "이 법을 통해 합법적인 방법으로 내 존엄성과 자유를 회복할 수 있게 됐다"라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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