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제국이 중남미 대륙을 차지한 뒤, 기존 사회 시스템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우선 가장 빠르게 바뀐 건 종교였습니다. 과거 잉카나 아스텍 제국 사람들이 믿는 다양한 신이 있었다면, 식민 시절부터는 카톨릭교가 전파되며 많은 교회가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변화를 꼽자면, 바로 교육 분야였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중남미 대륙에 정착하며 자신들이 갖고 있던 교육 커리큘럼을 전파했습니다. 초기엔 교회의 주도로 여러 학교가 세워졌고, 고등 교육을 책임지는 대학교도 차차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큰 목적은 식민지 체제를 유지하고, 나아가 유럽에 기반한 지식을 확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중남미 지역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대학은 어디였을까요? 바로 페루 수도 리마에 있는 산 마르코스 왕립대학교였습니다. 이전 ‘페루의 숨겨진 도시 사우사’ 글에서 정복자 피사로가 리마를 스페인 제국 수도로 결정한 이유를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리마는 항구 도시로, 스페인으로 황금 같은 자원을 보내는 경제 중심지로 커가고 있었습니다. 또 자본이 모이자 문화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시로 성장했습니다.
이 와중에 프레이 토마스 데 산 마르틴(Fray Tomás de San Martín)은 식민지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스페인 문화를 더욱 잘 전파하고, 더 많은 지식인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교를 설립할 것을 스페인 본국에 제안했습니다. 그리하여 1551년 5월 12일, 스페인 카를로스 1세의 허락 아래 산마르코스 왕립 대학교가 공식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설립 날짜로 보면 미국 최초의 대학 하버드 보다 85년 앞서 설립됐고, 중남미뿐만 아닌 아메리카 대륙 전체에서 제일 오래된 대학이 된 것입니다.
산마르코 대학은 지역 이름을 따 단순하게 ‘리마 대학교’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식민 시절, 대학에서 가르치던 학문은 주로 신학, 철학, 문법, 수학, 예술 등이었습니다. 수업 환경은 당시 상황을 생각해 봤을 때 별로 좋지 않았을 거라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론 스페인 대학 과정과 큰 차이가 없이 훌륭했다고 합니다. 이후 페루엔 쿠스코 산안토니오대, 트루히요 국립대 같은 여러 대학들이 생겨났지만, 산마르코는 페루 최고 인재들이 모인 최고의 대학 타이틀을 유지했습니다.
무려 450년이 지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유명인들이 산마르코스를 졸업했습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인물로는 유명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있습니다. 또 알란 가르시아 (Alan Garcia)를 포함한 3명의 페루 대통령이 이곳 출신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도 산마르코스는 페루 카톨릭 대학교, 퍼시픽 대학교와 더불어 가장 권위 있는 대학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남미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
1. 페루 산마르코스 대학교, 페루 리마 (1551년 5월)
2. 멕시코 왕립대학교 (우남 대학교), 멕시코 멕시코시티 (1551년 9월)
3. 산 풀겐시오 대학교, 에콰도르 키토 (1586년)
4. 코르도바 대학교, 아르헨티나 코르도바 (1613년)
5. 하베리아나 대학교, 콜롬비아 산타페 (1623년)
**1538년 도미니카 공화국 산토도밍고 자치대학교가 세워졌지만, 스페인의 법적 인정은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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