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는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나라 중 한 곳입니다. 아무래도 라틴아메리카 주요 나라다 보니, 언급해야 할 사건들의 비중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멕시코의 독립, 혁명, 전쟁 같은 무거운 내용을 다뤘다면, 오늘은 멕시코 출신의 한 작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1917년 5월 16일, 멕시코 할리스코 주에서 멕시코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인 후안 룰포가 태어났습니다. 후안 룰포는 카를로스 푸엔테스, 옥타비오 파스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멕시코 작가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특히 1955년 출판된 그의 작품 빼드로 빠라모 (Pedro Paramo)는 멕시코 문학의 이정표가 되었으며, 훗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에게도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잠깐 그가 수상한 문학상 몇 개만 나열해보겠습니다. 1970년에는 멕시코 문학상 (Premio Nacional de Literatura en México)을 받았고, 1983년에는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왕자상을 수상했습니다. 또 프랑스에선 그의 업적을 기리고자 아예 ‘후안 룰포 상’을 만들었고, 매년 뛰어난 단편 소설 작품을 쓴 작가에게 이 상을 수여했습니다.
화려한 작가로서의 명성과는 달리, 후안 룰포의 유년 시절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참고로 그가 태어났던 1917년은 멕시코 혁명이 막 끝난 해였습니다. 혁명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이후 벌어진 크리스테로 전쟁 (Cristero War)에서 그의 아버지가 암살당하고 맙니다. 당시 후안 룰포가 겨우 6살 때에 일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10살이 되던 해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고, 이후 할머니 집과 고아원을 오고가먀 살아가게 됩니다.
후안 룰포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사서 일을 하며 틈틈이 자신의 작품을 써 내려갔습니다. 이때 그가 쓴 대표적인 이야기들은 ‘우리는 너무 가난하답니다’ (Es que somos muy pobres)와 ‘나를 죽이지 말라고 해!’ (‘¡Diles que no me maten!)가 있습니다. 1953년엔 그가 쓴 단편집들이 ‘불타는 평원’이란 이름으로 출판됐고, 훗날 ‘빼드로 빠라모’와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남게 됩니다.
후안 룰포의 작품이 유명한 이유를 하나 꼽자면, 멕시코 농민들의 삶을 그 만의 문학적 방식으로 그려냈다는 점이 아닐까 핮니다. 작가 에보디오 에스칼렌테는 후안 룰포의 작품이 ‘멕시코 내 소외된 사회 계층을 가장 잘 묘사한 작가 중 한 명이라 생각한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비록 소설이지만, 혁명 이후 바뀐 게 없는 농민들의 현실을 잘 묘사했기 때문입니다.
후안 룰포는 “창작하는 작가는 모두 거짓말쟁이다. 문학은 거짓말이지만, 그 거짓말에서 현실의 재현이 탄생한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 자신이 쓴 글도 거짓이지만, 혁명 이후 멕시코의 세계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창조해내며 진짜 현실을 보여준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잠깐 그의 작품을 읽고 모든 걸 이해할 순 없었지만, '그가 시도한 새로운 방식이 중남미에서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도록 영감을 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