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2년 잉카 제국이 멸망하고, 원주민들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게 됩니다. 그들은 보호받지 못했고, 스페인 제국의 이익을 위해 착취당했습니다. 식민지 시절 원주민들의 노예화를 정당화한 시스템이 있었는데, 바로 엔코미엔다 (Encomienda)였습니다.
처음 엔코미엔다 시스템은 ‘원주민들을 예수의 이름으로 구제하고 교육시킨다’라는 훌륭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엔코미엔다를 승인한 찰스 5세는 원주민들이 아무 해를 입지 않고 온전히 문명화 (civilized) 될 수 있길 바랬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180도 반대였습니다. 엔코멘데로 (엔코미엔다를 시행하는 사람)들은 시스템을 교묘한 방법으로 악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그들은 원주민들을 교육시키고 보호하는 목적으로 노동력을 요구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광산 지역뿐만 아니라 농장, 오브라헤스 (obrajes, 공장)으로 원주민들을 총동원시켜 밤낮으로 일하게 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나중에는 세금을 걷고 조공을 바치도록 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챙겼습니다. 이런 악행을 목격한 스페인 살라자르 주교는 1583년에 국왕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썼다고 합니다.
"그들은 어린이, 노인, 노예로부터 조공을 거두게끔 만들었다. 조공을 피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미혼으로 남았고, 심지어는 자녀를 죽이기까지 했다."
이런 억압적인 시스템은 중남미에서 200년 넘게 계속됐습니다. 그리고 이 불공평한 상황이 절정에 달한 건 1770년대 후반이었습니다. 이전 글에서 스페인이 세금을 올리자, 크리오요의 불만이 폭발한 역사를 설명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 같은 불만은 원주민들도 마찬가지로 갖고 있었습니다. 스페인어로 알까발라 (alcabala)로 알려진 판매 세금이 점점 더 올라가자, 원주민들도 점점 더 심해진 스페인 당국의 횡포를 당해낼 수 없었던 것입니다.
페루 지역에 살던 호세 가브리엘 콘도르칸키는 이런 불공평한 상황을 모른 척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잉카 왕족의 후예로, 자신의 사비를 털어 어려운 원주민들을 도울 만큼 정의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상황이 악화되며 더 많은 원주민이 고통받자, 그는 1780년에 반란을 일으키기로 결심합니다.
결사 항전을 다짐하며, 그는 이름까지 투팍 아마루 2세로 바꿨습니다. 참고로 투팍 아마루는 스페인에 저항했던 신잉카제국의 마지막 황제였습니다. 투팍 아마루 정신을 이어 원주민들의 어려운 상황을 개선시키고자 했던 것입니다. 다만 그는 스페인 왕을 배신하는 급진적인 태도보다, 비참한 원주민들의 조건들을 조금이나마 개선시켜 주길 바랬습니다. 공정과 정의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그만큼 절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겁니다.
스페인은 반란이 시작되자, 이를 급하게 진압하는 데만 집중했습니다. 원주민들의 처참한 일상을 이해하기보다,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게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군인 15,000명이 쿠스코 지역으로 급하게 파견됐고, 무기조차 제대로 없었던 투팍 아마루 2세의 원주민 군대를 공격했습니다. 결국 1년 만에 반란은 진압됐고, 투팍 아마루 2세는 스페인 군에 체포되고 맙니다.
사건이 끝난 뒤, 스페인은 가장 잔인하고 끔찍한 방법으로 투팍 아마루 2세를 처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시는 반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더 많은 원주민들이 공포에 떨도록, 본보기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투팍 아마루 2세는 가족 모두가 처형당하는 걸 지켜봐야 했고, 1781년 5월 18일엔 사지가 잘리는 고통 끝에 참수형을 당했습니다. 그의 시체는 조각내어져 여러 곳에 뿌려졌고, 그와 관련된 문서나 모든 물건들이 불태워졌습니다. 스페인은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삭제하려 한 것입니다.
하지만 투팍 아마루 2세의 이야기는 전설로 남게 됩니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원주민들은 그를 추모했고, 후손들에게 무용담을 들려주며 영원한 영웅으로 기억했습니다. 20세기에도 투팍 아마루 2세는 원주민 권리를 수호하고자 했던 아이콘으로 기억됐으며, 그가 보여준 철학과 사상은 억압받은 사람들의 권리를 향상 시키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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