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시간에 대척점이라는 단어,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어느 위치에서 지구 정확히 반대편에 있는 지점을 뜻합니다. 우리나라의 대척점을 찾아보면,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 근처가 나옵니다. 우루과이가 정반대에 있는 나라라는 건, 우리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란 의미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우루과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우루과이의 소고기와 관련이 있는데요. 매년 5월 29일은 우루과이 정부가 정한 ‘소고기의 날’(Día Nacional de la Carne)이기 때문입니다.
이 ‘소고기의 날’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루과이 사람들이 얼마나 소고기를 좋아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소고기를 먹으려면 소가 많아야 할 텐데, 우루과이 소는 우루과이 국민보다 약 4배 이상 많다고 합니다. 우루과이 인구가 347만 명 정도니, 소만 1200만 마리가 넘습니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국내 소고기 소비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우루과이 국민들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소고기를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숫자로 보면 연 당 45kg으로, 1위 아르헨티나 (50kg)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12kg로 우루과이보다 약 4배나 적은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우루과이에선 수출도 자연스레 소고기 중심입니다. 인구 당 비율로 살펴봤을 때, 호주, 뉴질랜드보다 높은 소고기를 판매하고 있고, 이는 세계 1위 수준입니다. 또 한국이 반도체가 주요 효자 수출 품목이듯, 우루과이에선 소고기 수출 비중이 다른 품목보다 높습니다. 참고로 우루과이산 소고기가 가장 많이 수출되는 곳은 중국으로, 50%가 넘는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루과이 소고기 이야기를 쓰다 보니, 이 나라에 소고기의 날이 없는 게 이상하단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루과이에서 매년 5월 29일이 기념일로 정해진 이유는 ‘소고기 산업 역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1876년 5월 29일, 우루과이는 냉동 기술을 적용한 배인 Le Frigorifique 호를 유럽으로 출항시켰습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품질 좋은 소고기 수출이 대량으로 가능해졌고, 우루과이 육류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전환점을 맞게 된 것입니다. 우루과이 국립육류연구소 (INAC)은 이 기념비 적인 날을 기리기 위해, 5월 29일을 ‘소고기의 날’로 결정하게 됐습니다.
우루과이에서 소고기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우루과이 문화와 정체성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또 이웃나라 아르헨티나처럼, 우루과이 스카일의 카우보이라 할 수 있는 가우초, 그들이 즐겨 먹었던 바비큐 아사도 문화가 존재합니다. 2017년에는 우루과이만 할 수 있을 독특한 이벤트가 벌어졌는데, 바로 ‘세계에서 가장 큰 아사도 파티’를 연 것입니다. 이 날을 위해 15,000kg의 소고기와 함께 500제곱미터의 석쇠 철판 (parrilla), 장작 70,000kg가 준비됐고, 결국 세계 기네스북에까지 등재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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