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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Jun 08. 2022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도입은 옳은 결정이었을까?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법 승인 1주년


오늘의 주제는 불과 1년 전 중남미에서 일어난 소식입니다. 2021년 6월 8일, 엘살바도르 의회는 전 세계 최초로 파격적인 법 하나를 승인합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너무나 잘 알려진 비트코인 법안 (Ley Bitcoin)을 통과시킨 것입니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국가 통화로 결정하자, 전 세계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프로필 사진 눈에 레이저 빛을 쏘며 환호했습니다. 당시엔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해서 올라가던 시기였기 때문에, 엘살바도르의 결정을 혁신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반면 암호화폐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전문가들은 ‘위험한 베팅’이라며 엘살바도르의 법 승인을 걱정했습니다. 변동성이 너무 큰 비트코인을 국가가 도입한다는 사실 자체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오늘은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공식적으로 승인한 이유와, 일 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어떤지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며칠 전에 올린 ‘엘살바도르는 왜 37세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았을까?’ 글에서 부켈레 대통령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그는 젊은 대통령답게 과학, 기술 분야에 높은 관심을 가졌고, ‘디지털 어젠다 2030’을 발표하며 엘살바도르의 핀테크나 인프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정책을 마련해 나갔습니다.


엘살바도르 GDP 대비 송금액 비중 (자료: global economy)


특히 부켈레는 엘살바도르 경제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송금 부문에 주목했습니다.  위 <표 1>이 나타내는 것처럼, 송금은 엘살바도르 경제의 24%나 될 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 엘살바도르로 보내는 송금액이 크게 늘어났는데, 금액으로만 보면 2020년 한 해 동안 총 60억 달러나 되는 금액이 엘살바도르로 보내졌다고 합니다.


2021년 6월 8일 비트코인 법안 도입 부분 (자료: 엘살바도르 의회)


부켈레가 생각한 송금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수수료였습니다. 그는 국가, 금융기관, 기업이 만든 제도에 많은 국민들이 구애를 받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비트코인이 엘살바도르에 도입된다면, 수수료 없이 자유롭게 송금 거래가 이뤄져 혜택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또 결정적으로 미래엔 암호화폐가 보편화될 거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비트코인 법안을 제시하기로 합니다. 의회가 제시한 비트코인 활용에 따른 이익 (VENTAJAS DEL USO DEL BITCOIN) 세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전 세계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리적 장벽이 없다.

2) 소수점 세부 분할이 가능한 통화다.

3) 강력한 보안을 바탕으로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비트코인 승인 이후 일 년이 지난 시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엘살바도르의 손익 금액입니다. 22년 5월 데이터에 따르면, 엘살바도르는 총 2,301개의 비트코인을 소유하고 있으며, 400억 정도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일상 활용 측면에선 높은 기대와는 달리 비트코인을 사용한 거래량은 일반인과 기업 모두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변동성에 취약한 만큼, 많은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비트코인으로 거래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비트코인 사용이 가능하다는 현수막 (사진 자료: reuters)


오르락내리락하는 비트코인 가격만큼, 엘살바도르의 결정에 대해서도 찬사와 비난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특히 가격이 올라갔을 때 보다 내려갔을 때 자극적인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최저가를 기록한 5월 말엔 '엘살바도르의 파산 가능성'까지 보도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걱정과는 달리, 부켈레 대통령은 오히려 '저가에 매수했다'라는 트위터를 올리며 투자를 멈추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면, 투자는 계속되어야 한다.'라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는 겁니다. 정확히 일 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안은 실패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미래에는 암호화폐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부켈레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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