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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Jun 15. 2022

페루와 '안데스 노래의 날' 이야기


안데스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평소 접하지 못한 노래를 한 번쯤 듣게 되실 겁니다. 특히 험한 안데스 산맥의 굽은 길을 다니는 버스를 타면, 운전기사들이 전통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운전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될 텐데요. 원주민들이 오래전부터 즐겨 듣던 이 음악은 지역의 이름을 따 안데스 음악 (Música Andina)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2006년, 페루의 톨레도 대통령은 매년 6월 15일을 ‘안데스 노래의 날’ (스페인어로는 Día de la Canción Andina) 이라는 특별한 날로 만듭니다. 오랜 전통을 이어온 안데스 음악을 문화유산으로 인식하기 위해 이 같은 날을 제정한 것입니다. 사실 음악은 단순히 보면 별게 아닐 수 있는데, 깊게 생각해보면 한 사회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문화 가치 중 하나입니다. 특히 안데스 음악은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왔고, 이 지역에 거주해온 원주민들 정체성을 대표한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습니다.


식민지 시절, 안데스 음악은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악마의 음악으로 배척당한 역사가 있었습니다. 과거 일본도 한국을 식민지화하는 과정에서 한국 음악이 들어간 음악회나 공연활동을 통제했는데, 안데스 음악도 스페인 식민 지배로부터 피해를  것입니다. 이런 역사 때문에, 어쩌면 페루는 ‘안데스 노래의  만드는데  공을 들였을지도 모릅니다.   날을 직접 만들도록 지시한 톨레도 대통령은 페루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이었다고 합니다. “ 하필 2006년이었을까?” 생각해보면, 이런 배경이 안데스 문화를  적극적으로 보존하게끔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편 스페인 정복자들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안데스 음악의 전통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음악은 오히려 유럽 노래, 심지어는 아프리카 노래들과 뒤섞이며 변화에 적응해 나갔습니다. 예를 들어 페루에서 즐겨 듣는 노래 장르 중에 와이뉴 (huayno)란 음악이 있는데,  전통적인 안데스 노래와 댄스 노래가 섞인 대표적인 퓨전 음악입니다.


안데스 음악 악기들 (사진 자료: revista occidental)


 노래 가사만 봐도 다른 문화와 퓨전이     있습니다. 예전 안데스 노래 가사가 100% 케츄아어로만 쓰였다면, 이제는 케츄아어와 스페인어를 혼합해서 쓰이고 습니다.  안데스 노래를 듣다 보면, 1절은 케츄아어, 2절은 스페인어로만 부른다든지, 모든 가사가 (하나도 이해가 안되는) 케츄아어로 흘러가다 코러스 부분은 스페인어로 부르는 경우를 자주 확인할  있습니다.


안데스 노래가 독특하게 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악기의 구성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전통적으로 단소와 비슷하게 생긴 께나 (quena)나 시쿠가 있으며, 이 악기들은 안데스 음악의 독특한 음색을 만드는데 기여합니다. 또 여기에 차랑고나 기타도 함께 연주되는 경우가 많은데, 노래 특성상 여러 명이 모인 하나의 밴드가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2006년 법 제정 당시, 페루는 “안데스 노래는 안데스 사람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물려준 가장 진실되고 전통적이며, 살아있는 문화적 증언”이라 밝혔습니다. 사실 안데스 음악은 에콰도르나 볼리비아 같은 안데스 지역 국가에서도 즐겨 듣는 노래입니다. 그 중 페루에서 유일하게 ‘안데스 노래의 날’이 제정됐다는 건, 문화유산을 지키고자 하는 국가적 노력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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