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티너리 Jun 18. 2022

게릴라에게 납치된 12명의 콜롬비아 의원들


그제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약간 무거운 주제에 대해 다루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콜롬비아에서 벌어졌던 납치와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콜롬비아 게릴라와 정부 간의 오랜 싸움은, 결국 수많은 시민들에게 피해를 안겨다 줬습니다. 이전에 소개해드렸던 ‘한 소녀의 꿈을 앗아가 버린 콜롬비아 비행기 납치 사건’도 충격적이었는데, 오늘 사건도 당시 테러로 인한 희생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케 하는 사건입니다.


2002년 4월 12일, 콜롬비아 남서부에 위치한 바예 델 카우카 (Valle del Cauca)에서 충격적인 납치 사건이 발생합니다. 카우카 지역 의원 12명이 게릴라 FARC에 의해 납치당한 사건이었는데요. 우선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기 전에, 콜롬비아 주요 게릴라 조직을 아래와 같이 표로 정리해봤습니다.



콜롬비아 무장혁명군이라 불리는 FARC는 게릴라 조직 중 가장  조직이었고, 활동 지역에서의 영향력도 상당했습니다. 심지어 콜롬비아 군대도 함부로 그들을 진압하지 못할 만큼, 조직적으로  갖춰져 있었다고 합니다. 2002 4 11 오전, 그들은 콜롬비아 군인으로 위장한 상태로 칼리에 있는  의회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건물 내에 폭탄 위협이 있다고 외치며 이를 해결하는  건물 내로 진입했고, 아무 저항 없이 의회 깊숙한 곳까지 입성하게 됩니다. 거기서 그들은 원래 타깃이었던 의원들을 납치했고, 군인이 아니란  깨닫고 저항하던 경찰들을 살해한  납치 계획을 성공시켰습니다.


FARC가 의원들을 납치한 목적은 포로로 잡혀있는 FARC 요원들을 석방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들이 노린   마디로 포로 맞교환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당시 콜롬비아 대통령이었던 알바로 우리베는 FARC와 협상을  마음이 없었습니다. 훗날 미국과 손잡고 게릴라 소탕 작전을 벌일 만큼, 게릴라의 테러에 강력하게 대응한 대통령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과, 카우카 의원들의 인질 생활은 더욱 길어질  밖에 없었습니다. 정부의 도움 아래  풀려날 거란 희망은 점점 사라졌고, 그들은 나무가 우거진 정글에서 자그마치 5년이란 세월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던 2007 6 18, 의원들이 머물던 곳에서 비극적인 일이 벌어집니다. 12   명을 제외한 11명이 모두 살해당하게  겁니다.   FARC확인되지 않은 군부대로부터 공격받았고, 교전  인질들을 적이라 착각했던 FARC 요원들은 그들에게 총을 쏘게 됩니다. 그렇게 5 넘게 인질 생활을 하며 버텨온 의원들은 정글 한가운데서 허무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12  유일한 생존자였던 시히프레도 (Sigifredo Lopez) FARC 경비원과 말다툼을  벌로 다른 곳에 갇혀있었고, 가까스로 화를 면하게 됐습니다.


사건이 벌어진 뒤, FARC는 유가족들에게 시신을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당시 게릴라와 콜롬비아 정부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던 적십자회가 시신 운반을 맡았고, 11명의 시신은 같은 해 9월이 돼서야 칼리로 돌아오게 됩니다.


(자료: Centro Nacional de Memoria Historica)


너무나 안타까운 죽음이었기에, 콜롬비아 정부는 지역 의원들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했습니다. 콜롬비아의 국립역사기억센터 (Centro Nacional de Memoria Historica)는 카우카에서 벌어졌던 비극적인 사례를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남겼고, 12명의 의원의 이름과 사진을 함께 올렸습니다. 또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얼마나 용감한 사람들이었는지를 가족과 주변 사람들 증언을 통해 글과 영상으로 남겼습니다. 그들에 대한 스토리와 그날의 사건은 746페이지 분량의 방대한 기록으로 남아 지금까지도 영원히 기억되고 있습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트럭 안에 숨어 국경을 넘었던 791명의 중미 이민자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