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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Jul 12. 2022

마야 문명에 대한 기록이 모두 불태워진 이유


스페인이 아즈텍 제국을 정복한 후 멕시코 세계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 됩니다. 유럽에서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고, 기존 문화와 전통도 바뀌게 됐는데요. 신혼 여행지 칸쿤이 있는 유카탄 반도도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곳에 거주하던 마야 후손들은 스페인 문화를 받아들여야 했고, 그 과정에서 익숙해져 있는 많은걸 포기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유카탄 반도에서 벌어졌던 “스페인화” 도중 벌어졌던 한 사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야기에 앞서, 먼저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Auto de Fe’라 불리는 단어입니다. ‘Auto’ 때문에 뭔가 자동차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 단어는 사실 종교와 관련이 있습니다. 해석을 하면 “신앙의 행위"를 뜻하는데, 카톨릭에서 행해졌던 종교 재판(inquisition)과 연관 있는 단어기도 합니다.


신대륙을 정복한 뒤, 스페인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건 종교였습니다. 교회는 원주민들이 카톨릭교를 믿도록 선교 활동이 활발히 진행했는데요. 그런데 중요한 건 이 선교 활동이 오직 선한 방식으로만 이뤄진 게 아니었습니다. 교회를 거부했던 원주민들에게 때때로 협박과 같은 강압적인 방식이 병행됐고, 심할 경우 종교 재판을 통해 화형식이 거행된 경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Auto de Fe는 이단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공개 참회로 프랑스, 포르투갈 같은 유럽에서도 일어났지만, 다른 신을 믿고 있던 신대륙에서 특히 더 심하게 일어났다고 합니다.


당시 사건을 묘사한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 (사진 자료: 위키피디아)


식민지 역사에서 최악의 Auto de Fe로 꼽히는 사건은 1562년 7월 12일 밤에 벌어졌습니다. 당시 유카탄 반도의 선교 활동은 디에고 데 란다(Diego de Landa)가 총괄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선교 활동을 하는 동안 총 6,300여 명의 가까운 마야 사람들을 고문하고 박해한 사람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어느 날 그는 마니(mani)라 불리는 마을에서 “원주민들이 몰래 마야 신을 위한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라는 첩보를 듣게 됐고, 곧바로 사람들을 보내 마을 주민들을 심문하기 시작했습니다.


화가 단단히 난 디에고 데 란다 보복은 단순히 심문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예 마야 풍습의 싹을 잘라 버리고자 했던 그는 마야인들이 가지고 있던 거의 모든 것들을 불태워 버릴 것을 명령했습니다. 역사학자 후스토 멘데즈에 따르면, 그날 5,000여 개의 크고 작은 마야 신의 형상들, 13개의 제단, 기호와 상형 문자가 있는 두루마리 문서 27개, 마야인의 기록이 담긴 수많은 책이 ‘이단의 풍습'으로 간주돼 불타버렸다고 합니다. 그는 그것을 불태우면서 “우리가 그것들을 다 불사르니 그들이 벌인 행동을 후회하게 하고, 큰 고통을 주었느니라”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란다가 쓴 책에 실린 마야 문자 내용 (사진 자료: 위키피디아)



마니에서 벌어진 사건은 곧바로 교회 안에서도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특히 프란시스코 데 토랄 (Francisco de Toral) 주교는 란다의 조치가 너무 공격적이었으며, 원주민들에게 신을 알리기보다 오히려 좌절감을 준 행동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스페인 당국도 이번 일을 처벌하기 위해 란다를 직접 본국으로 송환했을 정도였습니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게 있다면, 모든 걸 불태워 버린 란다가 스페인에 머무는 동안 마야 문자와 풍습을 기록한 책 “Relación de las cosas de Yucatán”을 출간했다는 점입니다. 이 책은 유럽 사람들이 마야 문자를 해독하는데 결정적 도움을 준 역사서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가 문서들을 불태우지 않았다면 마야에 대한 더 많은 기록이 남아있진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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