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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Jul 13. 2022

첫 월드컵이 우루과이에서 열렸던 이유


1930년 7월 13일. 우루과이에서 프랑스 vs 멕시코, 미국 vs 벨기에의 월드컵 축구 경기가 열렸습니다. 같은 시간에 열린 이 두 경기는 제1회 월드컵 첫 경기로 역사에 남게 됐는데요. 프랑스가 멕시코를 4대 1로 이기고 미국은 3:0으로 벨기에를 꺾으면서, 월드컵 최초의 승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나라가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월드컵과 관련해 항상 궁금했던 게 “첫 번째 월드컵은 왜 우루과이에서 열린 걸까?”였습니다. 올림픽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제1회'라는 상징성 때문에 그리스 아테네에서 첫 근대 올림픽이 개최됐습니다. 최초의 월드컵도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축구 종주국 영국에서 열렸을 것 같은데, 남미 대륙 우루과이에서 개최된 점이 신기했기 때문입니다.  


1930 우루과이 월드컵 경기 (사진 자료: 위키피디아)


우선 애초에 월드컵이란 대회가 생겨난 이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지금은 믿기 힘들겠지만, 올림픽 위원회 (IOC)는 축구를 1932년 올림픽 공식 종목에서 제외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당시 올림픽은 미국 LA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는데, 미국에선 축구가 전혀 인기가 없는 현실이 결정적 이유였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국제 축구연맹(FIFA)은 자존심이 상했고, 독자적으로 대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본인들도 올림픽이 4년마다 열리는 것처럼, 국제 축구대회를 매 4년마다 열어 전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겠다고 말한 겁니다. 월드컵은 올림픽에서 분리되서 만들어졌고, 지금은 엄청난 인기를 끄는 대회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FIFA는 1930년 첫 번째 월드컵 개최를 희망하는 나라들의 신청을 받았습니다. 처음엔 이탈리아, 스웨덴, 헝가리 같은 유럽 국가들에서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1929년 5월 쯤엔 오직 우루과이만 개최 희망국 리스트에 남게 됐습니다. 당시 유럽 경제가 좋지 않아 개최 자체를 꺼렸기 때문입니다. FIFA 입장에선 당황스러웠지만 그렇다고 우루과이에서 첫 대회 개최를 안 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당시 우루과이는 1924년, 1928년에 열린 올림픽 축구에서 모두 금메달을 차지한 축구 강국이었고*, 이미 자국 축구 리그가 있을 만큼 국민적 관심도 높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몬테비데오 센테나리오 경기장 (사진 자료: 위키피디아)


우루과이가 매력적이었던 또 다른 이유는 축구 인프라 시설이었습니다. FIFA는 첫 대회가 열리는 만큼, 모두를 압도할 만한 대형 경기장에서 경기를 열었으면 했습니다. 마침 우루과이는 대형 축구 경기장 완공을 앞두고 있었는데요. 1930년 7월은 우루과이 헌법이 선언된 지 정확히 100년이 되던 시기였고, 이에 맞춰 우루과이는 9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웅장한 '센테나리오' (100년을 뜻함) 경기장을 건설 중이었던 겁니다. 유럽에서도 이렇게 큰 대형 경기장은 드물었던 만큼 FIFA는 우루과이에서의 첫 월드컵 개최를 결정하게 됩니다.


당초 16개국을 초대하려 했던 우루과이 월드컵은 경제 공황 등의 이유로 무산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또 대회가 우루과이에서 열리자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는 높은 비용을 우려하며 아예 참가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다행히 당시 피파 회장이었던 쥘 리메 (Jules Rimet)**와 우루과이가 여행 비용을 내주겠다며 설득했고, 그렇게 해서 프랑스, 벨기에, 루마니아, 유고슬라비아를 비롯한 총 13개국이 참가하게 됩니다. 7월 13일부터 30일까지 펼쳐진 첫 월드컵 대회는 결승전에서 우루과이가 아르헨티나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고, 최초의 월드컵 우승국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얻게 됩니다.

  



* 참고로 우루과이 대표팀 유니폼에는 4개의 별이 박혀 있습니다. 1930년, 1950년 두 번 월드컵 우승을 했지만, 1924년, 1928년 올림픽 대회까지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 줄리메 회장을 기리기 위해 월드컵은 한 때 '줄리메 컵'이라 이름 붙여지기도 했습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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