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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Jul 11. 2022

쿠바의 사회주의 시스템은 정말 언젠가 무너질까?


2021년 7월 11일. 전 세계가 쿠바에 주목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십만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것인데요. 이는 1994년 아바나 말레콘 (Maleconazo)에서 벌어진 시위 이후 쿠바에서 일어난 가장 큰 시위로 기록됐습니다.


‘왜 2021년에 이 시위가 일어난 걸까?’에 대해선 예측이 쉬우실 겁니다. 쿠바 경제는 코로나19 봉쇄로 10.9%나 하락했고, 2021년 상반기에도 2%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정부가 운영하는 전기나 식료품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곧이어 의약품까지 동나며 국민들의 고통은 더 커지게 됐습니다. 여기에 평소 사회 문제로 거론됐던 언론의 자유 침해, 의견 탄압에 대한 불만이 더해지며, 사회주의 정부에 대한 모든 불만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었습니다. 


행진하는 쿠바 시위대 (사진 자료: panam post)


대규모 시위를 가능케 한 원동력은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였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쿠바는 특정 장소에서만 제한적으로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국가였습니다. 그러던 쿠바는 2020년 대통령이 된 미겔 디아즈 카넬이 국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SNS를 활용했고, 인터넷 사용망을 늘리며 나름 혁신적인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시위를 확산시키는 원인이 됐고, 쿠바 정부를 사면초가에 빠지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됩니다. 


시위가 일어나는 동안, 시민들은 SNS를 통해 시위 장소와 시간을 공유했습니다. 또 시위 현장을 생중계하며 쿠바 국민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론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소식을 들은 수많은 쿠바계 미국인들도 쿠바 본토에서 벌어지는 시위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냈고, 네트워크를 통해 과거 쿠바에선 볼 수 없었던 대규모 시위가 전국 단위로 번지게 됐습니다.  


쿠바를 지지하는 미국계 쿠바인들 (사진 자료: reuters)


하지만 여기에 대한 쿠바 정부에 대한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그들은 곧바로 인터넷 연결을 차단했고, 시위 주동자를 모두 반역죄로 연행했습니다. 과잉 진압이라는 비판이 많았지만, 그들은 정부에 대항하는 모든 사람들을 강하게 통제했습니다. 최근 칠레, 페루, 콜롬비아 같은 다른 중남미 국가들은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을 때 정부가 그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쿠바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쿠바 정부는 사회주의 체제를 바꾸지 않겠다는 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보였던 겁니다. 결과적으로 쿠바 시위 이후 1,400여 명이나 되는 시민들이 체포됐고, 몇몇 사람들은 적게는 3년, 많게는 최대 25년 징역형을 선고받게 됩니다. 


2018년에 쿠바를 2주 정도 여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2+2=5라는 낙서 문구를 본 게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데요. '2+2=5'은 소설가 조지 오웰이 작품 '1984'에서 사용했던 표현으로, 세뇌와 독재를 풍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현재 쿠바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부가 많은 진실들을 왜곡하고 있으며, 사람들을 지나치게 통제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정치에 관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 '반대 입장을 낼 수 있는 자유'를 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쿠바 정부의 대답은 항상 부정적이었습니다. 심지어 변화를 갈망하는 시위마저 강력하게 저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분간 쿠바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긴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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