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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Jul 15. 2022

아르헨티나는 왜 중남미 최초로 동성 결혼을 허락했을까?


2010년 7월 15일. 아르헨티나에서는 동성 결혼이 합법화됩니다. 약 11년 동안의 논의 끝에 동성 간의 결혼을 허락한 것인데요. 찬성 33, 반대 27표로 아슬아슬하게 통과된 이 법은 중남미 최초의 동성 결혼법으로 역사에 남게 됩니다.   


아르헨티나는 전통적으로 카톨릭 인구 비율이 높은 국가입니다. 그래서 동성 결혼법과 관련해선 보수적인 성향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교회 측에서는 동성 결혼법을 “악마의 계획"이라 비판했고, 법안이 통과되는 마지막 날까지 강한 반대 입장을 보였습니다. 물론 프란시스코 교황 같은 진보적인 인물도 있었지만, 개인이 아닌 국가적인 수준에서 봤을 때 법 통과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습니다.


아르헨티나 국회의사당 (자료: twitter)


그럼에도 법이 통과되자, 사람들은 이 일이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건 ‘사회 운동’이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예전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 운동 문화가 활발했던 나라로, 사회 운동 조직을 통한 정치적 변화가 많이 일어났던 나라였습니다. 또 제도적으로 아르헨티나 정당들 간의 경쟁이 심한 구조 탓에, 사회 운동 조직의 정치적 로비가 어느 정도 수월한 면도 있었습니다. 변화를 원했던 LGBT조직은 커뮤니티를 형성했고 뜻이 맞는 정당과의 연합을 통해 법안을 통과시키도록 노력했습니다.


한편 동성 결혼에 대한 찬성 여론이 형성된 가장 큰 이유는 '중산층'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아르헨티나 LGBT 운동 대부분은 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일어났습니다. 아무래도 수도권 지역에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고 세속주의가 강하다 보니, 관련 캠페인을 조직 하기가 훨씬 수월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중남미 전체에서 볼 수 있었던 특징이었는데, 멕시코시티, 보고타 같은 도시가 LGBT 운동이 가장 활발한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벌어진 시위 (사진 자료: argentina.gob.ar)


마지막으로 법이 통과된 데에는 SNS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중남미 지역은 SNS를 통한 커뮤니티가 굉장히 잘 형성되어있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이전에 K-Pop 팬들이 SNS 상에서 칠레 시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일, 쿠바 시위에서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한 사례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아르헨티나 LGBT 커뮤니티는 페이스북,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들의 활동을 알렸고, 결과적으로 폭넓은 지지자들을 얻어 찬성 여론을 형성했던 겁니다.  


법이 통과된 이후, 아르헨티나는 전 세계에서 가장 'LGBT Friendly'한 국가로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심지어 외국인 동성 커플도 법적인 결혼을 허락했기 때문에, 400쌍이 넘는 외국인 커플이 아르헨티나로 넘어와 결혼식을 올렸다고 합니다. (2021년 기준) 중남미 대륙에선 3년 뒤인 2013년 우루과이와 브라질이 동성 결혼법을 통과시켰는데요. 2022년까지 동성 결혼을 통과시킨 건 중남미에서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브라질, 콜롬비아가 유일한 상황입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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