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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Jul 24. 2022

우연히 마추픽추를 발견한 미국 대학 교수 이야기


페루를 여행하면 반드시 가야 할 장소가 몇 군데 있습니다. 많은 선택지가 있지만 대부분 나스카 라인, 와라즈 호수, 쿠스코, 그리고 마추픽추를 페루의 대표 관광지로 뽑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7대 세계 불가사의로 꼽히는 마추픽추와 이를 찾은 역사학자 하이럼 빙엄 (Hiram Bingham)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마추픽추 (사진 자료: 위키피디아)


16세기 초, 쿠스코를 중심으로 번성하던 잉카 제국은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러면서 산속 깊숙이 자리하고 있던 도시 마추픽추도 자연스레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게 됐는데요. 마추픽추는 원래 잉카 왕족들이 종교의식을 거행하거나 쉼터로 사용했던 곳이었지만, 제국이 멸망하면서 사람들 기억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 겁니다.


그로부터 거의 300년이 지난 후, 잊혀진 마추픽추는 미국의 한 교수에 의해 우연히 발견됩니다. 당시 우루밤바 강 인근을 탐사하던 하이럼 빙엄 예일 대학교 교수는 근처 지역 주민으로부터 고대 잉카 도시가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됩니다. 그는 11살 어린아이를 따라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험한 산을 올랐고, 몇 시간 뒤 거대한 산봉우리 앞에 있는 마추픽추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가 마추픽추를 발견한 1911년 7월 24일은 잉카 제국의 상징 마추픽추가 세상에 다시 나온 날로, 페루 역사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날로 기록되게 됩니다. 


빙엄 교수의 모습 (사진 자료: andina.pe)


여기서 한 가지 드는 의문점이 있다면, "왜 하필 빙엄 교수에 의해 마추픽추가 발견됐을까?"라는 점입니다. 사실 300년 가까운 시간이라면 충분히 마추픽추를 발견하고도 남았을 시간입니다. 또 신전을 포함해 움막이나 벽들이 놓인 하나의 큰 장소였기 때문에,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다 발견할 가능성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마추픽추가 워낙 산속 깊이 있었고, 잉카 사람들이 그곳을 떠나며 길의 흔적을 모두 지웠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정말 소수의 근처 원주민들만이 마추픽추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데, 마침 현지인들과 잉카 제국을 연구하던 빙엄 교수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습니다.    


빙엄 교수의 이력을 보면, 그가 고대 잉카 역사에 가졌던 열정 때문에 마추픽추를 발견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와이 출신의 빙엄 교수는 미국의 예일과 버클리, 그리고 하버드 대학교를 차례대로 졸업한 수재였습니다. 학교에서는 역사를 공부했는데, 특히 중남미 역사에 관심을 가지며 결국엔 자신의 모교 예일 대학교에서 중남미 역사와 정치를 연구하는 교수가 됩니다. 빙엄 교수는 학교에서 강의도 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페루를 직접 방문해 유적지를 탐사한걸로도 유명합니다. 그런 열정은 그가 훈련받은 고고학자가 아니었음에도 마추픽추를 포함한 비트코스, 빌카밤바 같은 중요한 유적지를 발견하는데 큰 원동력이 됐습니다. 


빙엄 교수의 이름을 따 지어진 하이럼 빙엄 기차 (사진 자료:  be laive)


한편, 역사가들은 빙엄 교수가 정말 처음으로 마추픽추를 발견한 것인지를 두고 논쟁을 벌였습니다. 이전에도 영국이나 독일 탐험가들이 그곳을 지나갔다는 기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빙엄 자신조차도 “쿠스코에서 오직 5일밖에 걸리지 않는 마추픽추를 지금에서야 찾은 게 신기할 따름이며, 분명 이전에도 사람들이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고 말하며, 자신이 첫 번째 마추픽추 발견자라는 타이틀을 얻는데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페루 답사를 하면서 남긴 문서들, 마추픽추 이야기를 담은 책 잉카의 잊혀진 도시 (Lost City of the Incas)는 자연스럽게 그를 잉카 제국을 이해하는데 많은 기여를 한 학자로 만들었습니다. 다른 탐험가들과는 달리 마추픽추의 존재 사실을 알리고 기록을 남겼다는 점에서, 빙엄 교수는 마추픽추를 발견하고 널리 세상에 알린 인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됩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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