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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Jul 26. 2022

에바가 죽자 모든 일이 멈췄고, 오직 꽃집만 열려있었다

아르헨티나의 위대한 인물로 남은 '에바 페론'의 마지막 순간들  


1952년 7월 26일. 아르헨티나에서는 ‘에비타’로 잘 알려진 에바 페론이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33세라는 너무나 젊은 나이에 고인이 되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는데요. 에비타 (스페인어로 에바를 닉네임 같이 부르는 이름)를 좋아하고 따르던 국민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슬픔과 충격은 더욱 배가 됐습니다. 오늘은 에바 페론이라는 인물이 누구였는지 알아보고, 그녀가 세상을 떠났던 순간의 분위기를 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에바 페론하면 그녀의 남편 후안 페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르헨티나 도굴꾼들이 무덤에서 손을 잘라간 이유’ 편에서 설명드린 바 있듯이, 페론이 남긴 정치적 유산은 워낙 영향력이 커서 페론 없인 아르헨티나 정치를 설명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각종 정책 (*혹은 포퓰리즘)을 만들었는데, 이때 에바도 페론을 도와 서민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특히 중요한 건 그녀 자신도 밑에서부터 가난한 시절을 보내며 성공한 케이스였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그녀의 말과 행동에 진정성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후안 페론과 에바 페론 (사진 자료: 알자지라)


정치에 뛰어든 순간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굉장히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는 아르헨티나 사회에 많은 것을 남겼습니다. 먼저 노동 보건부를 운영해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애썼고. 자선 단체 ‘에바 페론 재단’ 설립해 운영했습니다. 또 당시에는 아르헨티나 여성들의 정치적 참여가 제한적이었기에, 여성들의 참정권을 옹호하기 위해 최초의 여성 정당인 여성 페론당을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많은 노력 덕분에 아르헨티나 여성들은 결국 1951년 처음으로 참정권을 얻어 소중한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많은걸 바꿔 놓은 그녀였지만, 당장 가장 큰 문제는 건강 상태였습니다. 열심히 활동하는 만큼, 그녀의 건강은 더욱 악화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려됐던 자궁경부암은 제때 치료되지 못하며 에바를 괴롭혔고, 1952년에는 몸무게가 37kg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몸은 쇠약해져 있었습니다. 노동절인 5월 1일, 에바 페론은 모르핀 등 온갖 진통제을 투여한 채 카사 로사다 대통령궁 앞에 겨우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페론 지지자들 앞에선 그녀는 “반대 세력의 쿠데타 시도에 저항하고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결집 호소 연설을 끝으로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추게 됩니다. 


““Me voy a descansar. Eva se va… La flaca se va…”

(“저는 휴식을 취하러 떠납니다. 에바는 떠나요… 여윈 저는 떠납니다…”)


7월 26일 아침,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암시한 듯 주위에 있던 가족들에게 위와 같은 말을 남깁니다. 그리고는 그날 저녁 8시 25분에 세상을 떠났는데, 공교롭게도 그녀가 후안 페론과 결혼 서약을 했던 시간과 같은 때였습니다. 에바 페론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자 많은 국민들이 슬픔에 빠졌고, 정부는 약 한 달여 동안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전역에선 3일 동안 모든 일이 사실상 중단됐고 거의 모든 상점들도 문을 닫았습니다. 오직 열려있는 건 그녀를 애도하기 위한 꽃집뿐이었습니다.


에바페론의 무덤 (사진 자료: 위키피디아) 


현재 그녀의 시신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레콜레타 묘지에 위치해있습니다. 레콜레타 묘지엔 정말 위대한 인물들이 많이 모셔져 있지만,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은 바로 이 에바 페론의 묘지입니다. 물론 그녀에 대한 비판도 많았고 모든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100% 그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짧은 생애를 살며 많은 변화를 이끈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매일 그녀 묘지 앞에 놓이는 많은 꽃다발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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