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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Jul 29. 2022

파라과이 미술 박물관을 털어버린 희대의 도둑들


2002년 7월 29일. 평화로웠던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이 시끄러워진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귀중한 예술품들을 전시해놓은 국립 예술 박물관에서 그림 다섯 점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1909년에 처음 전시를 시작한 이후 한 번도 도난 사고를 당하지 않았고, 유럽의 박물관처럼 흔한 타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는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사람들은 대체 누가, 왜 영화에서나 볼법한 일을 아순시온에서 일으켰는지 궁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사건의 경위를 밝히기 위해, 경찰들은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는 도둑들이 지하 터널을 뚫고 박물관 털이를 했다는 사실을 알아챘습니다. 도둑들의 흔적을 따라가 보니, 박물관 밑에 30미터나 되는 지하 터널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더 놀라운 건 이 터널이 하나의 길이 아닌 총 세 개의 입구가 있는 복잡한 터널이었단 점이었습니다. 범인들은 범행 직후 자신들의 뒤를 쫓아올걸 알고, 일부러 여러 갈래의 길을 파놓아 혼란을 일으켰던 겁니다. 또 도둑들은 이미 미술관 내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필요한 도구만 정확히 가져와 그림을 신속하게 털어갔습니다. 경찰들은 도둑들이 이렇게까지 계획적이었던 걸로 보아, 최소 몇 달은 이번 사건을 준비한 걸로 봤습니다. 


도둑들이 어떻게 박물관으로 들어왔는지 의문이 풀리자, 과연 누가 이 엄청난 일을 계획했는지 궁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범인들이 경험 많은 전문 털이범이라도, 큰 그림 다섯 점을 옮기는 건 발각되기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추측만 무성할 뿐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범인들은 잡히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림을 훔친 뒤 정말 연기처럼 사라졌기 때문에, 남아있는 단서나 흔적, 목격자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로테 슐츠 당시 박물관 소장은 "이 일을 벌인 범인은 국제 암시장에서 그림 판매를 하는 컬렉터의 소행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건 이후 그림들은 모든 사람들이 알 정도로 유명해졌기 때문에, 범인들이 공개 경매에 그림들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정말 소수의 사람들만 아는 비밀 경매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높았고, '미술 암시장 전문가들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라는 추측을 한 것입니다. 


한편 사라진 작품들 가운데는 16세기와 17세기에 완성된 가치 있는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스페인 유명화가 바르톨로메 루미요, 틴로테로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하코포 로부스티의 작품들은 높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는 그림들이었습니다. 로테 슐츠 소장은 "그 그림들은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가진 작품들이었다."라고 말하며, "범인들은 유럽 작품들이 비싸게 팔릴 것이라는 걸 정확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 사건은 파라과이에서 "세기의 도난" (Robo del Siglo)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림의 가치는 총 백만 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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