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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Jul 31. 2022

피델 카스트로 시대의 종말과 쿠바에 찾아온 변화


2006년 7월 31일. 쿠바에서는 피델 카스트로가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1960년부터 46년간 이어진 통치를 끝내고, 자신의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권력을 넘겨주기로 결정한 건데요. 평소 갖고 있던 지병으로 건강이 악화되며, 더 이상 주요직을 맡을 수 없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피델 카스트로의 퇴임은 역사적으로 정말 큰 변화였습니다. 한국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나 제도가 180도 바뀌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추구하는 길에 따라 찾아오는 변화를 쉽게 느낄 수 있는데요. 쿠바에선 무려 반 세기 가까이 유지된 피델 체제가 끝나는 것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체제에선 과연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게 될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습니다.


쿠바의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예측은 반반으로 나뉘었습니다. 한쪽에선 “사회주의 체제 특성상 많은 것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비교적 개방적인 라울 카스트로가 부임하더라도, 큰 틀에서 사회주의 체제를 급진적으로 바꾸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겁니다. 마치 북한에서 3대째 지도자가 바뀌었지만 변한 게 없는 것과 같은 논리로 쿠바의 권력 이양을 바라본 것입니다.


반면, 다른 한쪽에선 조금 다른 주장을 했습니다. 라울 카스트로가 위원장직에 오른다면, 점진적으로 쿠바를 개방시킬 거라 본 것입니다. 한때 라울은 형 피델보다 훨씬 급진적이었으며, 공산주의 철학에 따라 국가 운영을 하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소련이 붕괴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어느 정도 수정했으며, 시대에 맞춰 변화를 이끌어나가는 게 필요하단 쪽으로 생각을 바꾸게 됩니다. 개방주의자들은 물론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바뀌진 않을 것이다”라는 데는 동의했지만, 중국이나 베트남의 경우처럼 어느 정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예측한 겁니다.


라울 카스트로가 2006년 7월 31일에 권력을 넘겨받았을 초기에는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피델 카스트로가 ‘임시’로 넘겨준 (다시 말하면 “자신의 건강이 나아지면 돌아오겠다”라는 조건적 권력 이양) 것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기는 어려웠던 겁니다. 하지만 2008년 공식 위원장이 되면서, 자신이 구상했던 개혁 정책을 이끌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정치 스타일에 있어서 피델의 카리스마 리더십보다는 좀 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제 분야에서도 농업 개혁을 실시하고 국가 기관 조직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개혁을 이끌어냈습니다.


카스트로 정권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외교 분야에서 일어났습니다. 원래 쿠바의 제1 외교정책은 반미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으나,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조금씩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 겁니다. 또 마침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에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쿠바가 곧 개방될 수 도 있겠다’라는 기대감이 높아졌습니다. 물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그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지만, 라울 카스트로는 ‘피델과는 다르게 (부분적으로) 개방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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