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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Aug 01. 2022

남미 원주민들이 자연을 그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 이유


남미에서 매년 8월 1일은 ‘빠차마마의 날' (Día de la Pachamama)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빠차마마는 케추아 원주민들의 언어로 ‘대지의 어머니’를 의미하는데요. 대지, 지구를 뜻하는 빠차 (pacha)와 어머니를 뜻하는 마마 (mama)가 합쳐진 단어로, 원주민들이 믿었던 신의 이름이기도 했습니다.


우선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왜 하필 8월에 빠차마마의 날이 제정되었을까?"입니다. 한국 시각으로 봤을 때 8월은 무더운 여름이고, 특별한 게 없는 달인 것처럼 느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고대 원주민들에게 8월은 안데스 원주민들에게는 한 해의 농사가 시작되는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6월과 7월에 혹독한 겨울이 끝나고, 8월부터 점차 땅에서 생명이 자라나는 고귀한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잉카 제국 훨씬 이전부터 원주민들은 빠차마마가 물과 음식을 제공해주고, 나약한 자신들을 보호해주길 정성스럽게 기도했습니다. 또 과거엔 워낙 농사가 중요했던 만큼, 무려 8월 한 달 내내 축제를 하며 일 년 농사의 성공을 기원했다고 합니다.


빠차마마의 날이 되면 진행되는 가장 큰 이벤트는 ‘제사'였습니다. 대지의 어머니 빠차마마에게 바치는 제사를 진행한 건데요. 만약 멕시코에선 가족이나 친한 동료들을 위해 ‘망자의 날’ 때 제사를 지냈다면, 안데스 지역에서는 땅이 인간에게 주는 이로움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 위해 제사를 지낸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날을 위해 정성스럽게 재단을 쌓아 제사를 준비했고, 화려한 색의 망토를 걸친 성직자는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이때 성직자는 복잡한 기도 절차를 다 외우고 있어야 했으므로, 고도의 훈련을 받고 의식 수준이 높은 몇몇 성직자만 이 의식을 거행했다고 전해집니다.


제사 의식을 재현하는 모습 (사진 자료: twitter)


한편 스페인어로는 이 빠차마마를 위한 제사를 ‘pago a la tierra’ 부릅니다. 직역하면 ‘대지를 위한 보상’이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나라와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제삿날 땅에서 수확한 곡식과 음식, 술뿐만 아니라 라마의 피를 땅에 바치는 의식을 행합니다. 이와 같은 행위는 “우리가 대지로부터 풍요로운 혜택을 누렸으니, 그만큼 돌려주겠다.”라는 감사의 의미를 품고 있기도 합니다. 과거 원주민들은 인간이 이 땅에서 누리는 걸 당연시 생각하지 않았고, 대신 서로 주고받으며 인간과 자연이 연결되어있는 걸 강조한 것입니다.


최근 빠차마마 의식에 담긴 내용은 기후변화 이슈와 맞물려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가장  이유는 인간과 자연환경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철학적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이상 기온 현상, 가뭄, 홍수는 어찌 보면 자연을 간과하고 인간만의 생태계를 구축한 결과로도 해석할  있습니다.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는 이런 상황에서 빠차마마의 날은 자연의 중요성을 생각해보고, 인관과 자연은 서로를 존중하며 하나의 생태계를 이뤄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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