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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Aug 03. 2022

베네수엘라 국기에서 미묘하게 바뀐 점 찾아보기


오늘의 주제는 베네수엘라 국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06년부터 매년 8월 3일은 ‘베네수엘라 국기의 날’로 제정됐는데요. 바로 이 날 법령 제4,754를 통해 새로운 국기가 탄생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베네수엘라에서 새로운 국기가 만들어진 이유와, 국기에 있는 문양들이 상징하는 것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006년 이전과 이후의 국기 (사진 자료: 위키피디아)


위에 있는 두 사진은 1954년부터 2006년까지 쓰인 과거 베네수엘라 국기와 (왼쪽), 2006년부터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오른쪽) 국기입니다. 사실 겉으로만 보면 두 국기는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노랑, 파랑, 빨간색 바탕도 똑같고, 가운데엔 별과 왼쪽에 문양이 있는 건 똑같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차이점이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약간 숨은 그림 찾기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할 만큼, 정말 미묘한 차이점인데요. 가장 먼저 눈에 띄는간 별의 수가 7개에서 8개로 늘어난 점입니다. 미국 최초의 국기 속 13개 별이 처음 독립한 13개 주를 의미했듯이, 베네수엘라의 7개 별도 독립 선언문에 최초로 서명한 7개 주를 뜻했습니다. 2006년 차베스는 국기에 별 하나를 추가했는데, 이는 과거 시몬 볼리바르가 영토에 포함하고자 했던 과야나 주를 의미했습니다. 국가의 공식 명칭을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이라 바꿀 만큼 시몬 볼리바르를 존경했던 차베스는, 과거 그가 원했던 과야나 주의 별을 추가해 국기에 반영했던 겁니다.


1954~2006년 문양 vs 2006년 이후 문양


두 번째 차이점은 왼쪽 상단에 있는 문양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2006년 이전 문양 노란색 부분에는 국기에 칼만 꽂혀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베스는 활, 화살, 그리고 마체테 그림을 추가했습니다. 여기서 활과 화살은 원주민, 그리고 마체테는 노동자를 상징했는데, 소외된 사람들 모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참여 민주주의’를 강조했던 차베스의 정치 담론이 상당 부분 들어간 부분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국기에서 문양 속 말이 향하는 방향도 바뀐 걸 알 수 있습니다. 원래 말은 오른쪽으로 달리는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차베스는 이를 왼쪽으로 바꿔버렸습니다. 이에 대해 차베스는 "백마는 이제 해방되어 자유로운 모습이며, 왼쪽을 향해 달리는 모습은 볼리바르의 귀환과 그의 꿈 (남미를 통일시키고 싶어 했던)을 상징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왼쪽이 대체 해방, 자유, 볼리바르와 무슨 상관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사람들은 그가 평소 가지고 있던 사회주의 철학이 들어간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면, 차베스 반대파들은 그가 바꾼 새로운 국기를 받아들이길 거부했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심지어 시위 때에도 2006년 이전 국기를 가지고 시위를 할 정도였습니다. 새로운 국기가 정통성도 없고, 차베스가 억지로 만든 의미가 너무 많이 반영되어 있다고 비판한겁니다. 오랜시간 베네수엘라가 겪고 있는 정치적 갈등은 결국 미묘하게 다른 두 베네수엘라 국기에도 그대로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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