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도착한 이후, 중남미 전역에 유럽인들이 세운 도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게 됩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가장 오래된, 다르게 말하면 유럽인들이 정착하기 위해 최초로 만든 도시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유럽인들이 세운 최초의 도시는 1496년 8월 4일에 세워진 산토 도밍고 (Santo Domingo)였습니다. 오늘날 도미니카공화국의 수도인 도시인데요. 콜럼버스의 남동생 바르톨로메는 히스파뇰라 섬 원주민이었던 타이노 족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남동쪽으로 탐험을 지속했고, 그곳에 오늘날 산토 도밍고가 되는 첫 도시를 건설하게 됩니다.
사실 산토 도밍고가 세워지기 이전에, 이사벨라 (Isabela)라는 도시가 섬 동북부 지역에 먼저 세워진 적이 있었습니다. 1494년 콜럼버스는 본격적인 식민지 개척을 위한 베이스를 만들고자 했고, 스페인 여왕 이사벨라의 이름을 딴 도시가 최초로 만들게 된 것입니다. 이곳은 일반 집들을 비롯해 교회, 병원까지 갖추며 나름 발전 가능성이 있었지만,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떠나며 버려지게 됐고 지금은 터가 있던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이사벨라가 '최초의 도시'가 맞지만 금세 사라졌기 때문에, 도미니카공화국 수도로까지 발전한 산토 도밍고가 '최초'라는 타이틀을 쓰고 있는 모습입니다. (참고로 산토 도밍고는 설립 초기 스페인어로 ‘새로운 이사벨라’라는 뜻인 ‘누에바 이사벨라 (Nueva Isabela)’로 불렸습니다.)
산토 도밍고는 중남미 최초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붙은 만큼, ‘최초’라는 꼬리표가 붙는 문화유산이 많은 도시입니다. 먼저 고딕 스타일로 지어진 산타 마리아 라 메노르 대성당 (Basílica Menor de Santa María)은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대성당이란 타이틀을 갖고 있으며, 알카사르 데 콜론은 최초로 지어진 ‘유럽식 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밖에도 아메리카 최초의 ‘수녀원’, ‘수도원’ 모두가 산토 도밍고에 있고, 오자마 요새는 (Fortaleza Ozama) 최초의 요새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유달리 최초가 많은 도시 산토 도밍고는 1990년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흔히 중미 & 카리브 지역 하면 쿠바나 멕시코가 주요 관광지로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산토 도밍고도 역사와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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