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안전법을 통째로 바꾼 광산 사고 이야기’ 편에서 칠레 역사상 최악의 인명 사고로 꼽히는 엘 테니엔테 광산 사건에 대해 설명해 드린적이 있습니다. 칠레 경제에서 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았던 만큼, 관련된 사고도 굉장히 많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오늘의 주제는 이에 대한 연장선으로,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칠레 33인의 광부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10년 8월 5일, 코피아포 인근에 있는 산호세 광산에서 붕괴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미쳐 대피하지 못한 33인의 광부가 땅 아래에 매몰되고 마는데요. 사고가 발생한 광산은 이전부터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곳으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사고가 여러번 발생하며 적어도 3명의 인명 피해가 났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연간 2천만 달러의 수익을 내던 주요 광산 중 하나였던만큼 이에 대한 대응 조치가 제대로 없었고, 결국 대지진 여파가 붕괴에 직접적인 요소로 작용하며 33인의 광부를 700미터 아래에 갇히게 만들었습니다.
칠레 광부들은 무려 69일을 지하 세계에서 버텨내며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줬습니다. 그들의 스토리는 영화로 만들어졌고, 광부들을 적극적으로 구조했던 피녜라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때 90%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들의 기적적인 이야기와 관련해서는 이미 많이 공유가 됐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게 가능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춰 보겠습니다. 사실 붕괴 사건이 일어난 직후, 33인의 광부들은 깊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칠흑 같이 어두운 지하 세계는 공포 그 자체였고, 붕괴로 만들어진 두꺼운 먼지들로 광부들은 거의 6시간 동안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들은 700미터 아래에 갇힌 그들을 찾아낼 수 없을거란 비관적 생각에 빠졌고, 거의 죽음에 가까운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광부들을 절망에서 구출한건 ‘리더십'이였습니다. 특히 33인 중 한 명이었던 우르수아는 초기에 사람들을 안정 시키고, 자칫하면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 분열될 수 있는 33명의 인부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그는 뛰어난 판단력과 카리스마로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하루 하루를 버틸 수 있도록 했으며, 권위적인 방법보다는 민주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이 따르도록 했습니다. 우르수아의 리더십은 아래 기사 내용에 더욱 자세히 나타납니다.
“그는 우두머리라는 권위를 버리고 매일 정오에 투표로 모든 것을 결정했다. 누가 어느 곳에서 잘지, 어느 부분을 드릴로 뚫을지 등 사소한 일도 한 달 반 경력의 19살 신입부터 51년 경력의 63살의 광부 모두에게 1인1표의 동등한 발언권을 부여해 물었다.” (자료: 이데일리)
광부들은 2주라는 기간을 외부 세계와의 연락이 단절된 채 버텼습니다. 다시 말하면 구조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그 혹독한 환경을 서로에게 의지하며 버틴 것입니다. 식량 같은 경우에도 48시간마다 참치 두 숟가락, 쿠키 반 컵, 우유 반 컵만을 배급 받았습니다. 그들은 남아있는 식량을 공평하게 나누었고, 탐내거나 불안해 하기보다 서로를 격려하며 희망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결국 8월 17일 외부와의 연락이 닿게 됐고, 음식과 의료 물품을 전달 받아 구조가 될 때까지 더 오랜시간을 버틸 수 있게됩니다.
한편 땅 위에서도 혁신적인 구조 절차가 33인 전원을 구조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사건 초기, 전문가들은 광부가 살아 있을 확률을 10% 미만으로 봤습니다. 또 만약 그들이 생존해 있더라도, 700미터 아래에 있는 그들에게 정확히 도달하는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습니다. 이에 피녜라 대통령은 천문학적 돈이 들어가더라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구출 작전을 실시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소방관, 지질학자, 광업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출 작전을 위해 의견을 모았고, 결국 모두가 염원했던 전원 구출에 성공하게 됩니다. 지하 세계에서 보여준 리더십과 바깥에서 보여준 팀워크는 이후 여러 비즈니스 스쿨에서 ‘리더십과 팀워크의 중요성’이라는 사례로 소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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