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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Aug 14. 2022

세계 최초로 황열병 원인을 밝혀낸 쿠바 의사 이야기


남미를 여행하다 보면, 각종 질병에 대한’ 예방 접종 증명서’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볼리비아를 여행할 땐 황열병 예방 주사를 맞았다는 노란색 종이가 있어야만 입국이 가능한데요. 오늘은 황열병의 발병 원인을 처음 발견했던 한 쿠바 의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먼저 황열병은 Aedes Aegypti라 불리는 모기에서 옮겨오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모기는 주로 중앙아프리카와 남미 열대 지역에서 서식하는데, 체내에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가 사람을 물어 직접 바이러스를 옮깁니다. 이 병에 걸리게 되면 보통 근육통과 오심, 구토 증상을 보인 뒤 서서히 회복되는데, 특별한 치료제는 아직까지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모기가 바이러스를 감염시킨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낸 의사는 쿠바 출신의 카를로스 핀레이 (Carlos FInlay)였습니다. 1881년 8월 14일. 오랜 기간 질병에 대해 연구해온 핀레이는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왕실 과학학회에서 논문 한편을 발표했는데요. 제목은 '황열병을 옮기는 전염자로 의심되는 모기'로 감염 매개물 (fomite)이 아닌 Aedes Aegypti라 불리는 모기가 사람을 물어 바이러스를 옮긴다는 이론을 펼친 것이었습니다. 


카를로스 핀레이 (사진 자료: Fundación Gabo) 


나름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발표했지만, 동료 과학자들은 그의 가설을 판타지라고 비하했습니다. ‘모기가 사람에게 병을 옮긴다’라는 생각 자체가 당시엔 너무 혁명적이었던 겁니다. 그의 주장은 한 동안 철저히 무시됐다가, 15년이 훌쩍 지나 미국의 월터 리드 (Walter Reed)가 이끄는 조사팀이 이를 증명하면서 사실임이 입증됩니다. 리드는 조사 과정에서 많은 부분을 핀레이의 연구에서 참고했으며, 사실상 자신이 알아낸 업적은 그의 공이 컸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편 모기가 수 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임을 깨닫고, 국제 사회는 이를 예방하기 위한 본격적인 조치에 나섭니다. 멕시코, 브라질뿐만 아니라 독일이나 프랑스 등 보건 기관도 협력하여 모기 퇴치에 앞장섰는데요. 당시 발견은 한창 진행 중이던 파나마 운하를 건설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전해집니다. 이전에는 인부들의 목숨을 앗아간 말라리아와 황열병이 모기 때문임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핀레이 덕분에 예방률이 높아져 작업을 빠른 속도로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늦게서야 빛을 보게 된 핀레이는 1905년 노벨상 후보 명단에 올랐습니다. 비록 수상의 영예는 얻게 되지 못했지만, 그 후에도 6번이나 더 노벨상 후보자로 거론됩니다. 또 1962년 쿠바 정부는 그를 기리기 위해 의료 역사박물관을 설립했고, 유네스코는 1980년부터 미생물에 기여한 과학자들을 위해 카를로스 핀레이 상 (Carlos J. Finlay Prize for Microbiology)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처음 핀레이는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지금은 황열병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을 예방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학자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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