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 이야기는 조금 가벼운 주제입니다. 친환경 국가로 유명한 코스타리카와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2021년 8월 24일, 코스타리카 대통령은 법령 제10.007호를 통해 “두 발가락 나무늘보(Choleopus Hoffman)와 세 발가락 나무늘보(Barypus Variegatus)를 코스타리카를 상징하는 동물로 선언한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오늘은 독특한 법안과 함께 코스타리카 친환경 정책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우선 각 나라마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동물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호랑이, 프랑스는 수탉, 미국은 대머리 독수리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당장 아메리칸 이글, 르꼬끄 같은 브랜드만 생각해봐도 자연스럽게 어느 나라 브랜드인지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사실 코스타리카는 나무늘보를 국가 동물로 지정하기 이전에, 이미 세 마리의 동물을 국가 동물로 지정해왔습니다. 바다소, 흰 꼬리 사슴, 그리고 흑색 지빠귀가 그 주인공들로, 모두 코스타리카에서 쉽게 볼 수 있거나 멸종위기에 빠진 동물입니다. 특히 흑색 지빠귀는 우리나라 참새처럼 동네 곳곳에서 볼 수 있으며, 코스타리카 문학 작품에도 자주 등장한 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나무늘보를 국가 동물로 지정한 것도 흔했던 나무늘보 수가 줄고 있는 것을 우려해 지정한 것이라 밝히기도 했습니다.
코스타리카는 친환경 국가 이미지를 브랜딩 해온 국가로 유명합니다. 지속 가능한 발전과 에코투어 (ecotourism)를 주요 국가 정책으로 실천해 왔는데요. 예전부터 많은 나라에선 통상적으로 자연을 지나치게 보존하면 경제적 발전이 더디다고 생각했습니다. 건물을 짓고, 도로를 놓고, 경제 활동이 활발해져야지만 경제 성장이 될 수 있다고 믿었던 겁니다. 하지만 코스타리카는 이와는 조금 다른 철학으로 경제 발전을 꽤 했습니다. 환경을 해치는 무분별한 경제 활동보다는, 국가 영토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자연 생태계를 보호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특히 Essential Costa Rica라는 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관들이 오랜 시간 노력해온 결과, 코스타리카는 친환경 국가라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가질 수 있었습니다.
2021년 8월 24일에 나무늘보가 추가되면서, 코스타리카를 상징하는 동물은 총 4개가 됐습니다. 동물이 많다는 건, 그만큼 코스타리카 생태계가 다양하고 많은 동물을 보호한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반영됐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단순히 동물 하나가 추가됐네”라고 생각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코스타리카 만의 독특한 친환경 철학이 담긴 부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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