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8월 30일. 베네수엘라에선 중요한 법령 하나가 선포됐습니다. 당시 나라를 통치하고 있었던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즈 대통령은 법령 제1123호를 통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를 설립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후 절차를 걸쳐 1976년 1월 1일 정식 출범한 PDVSA는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베네수엘라에서 ‘검은 황금’이라 불리는 석유가 처음 발견된 건 1914년이었습니다. 마라카이보 호수 인근에서 대량으로 발견된 석유는 이후 베네수엘라의 주요 경제 자원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하지만 생산 기술력이 없었던 베네수엘라는 해외 기업에 의존할 수 없었고, 특히 미국 계열사에 속해 있는 셸, 모빌, 스탠다드 오일 같은 기업들이 많이 들어오게 됩니다.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은 1973년 시작된 중동 석유 파동으로 인해 변환점을 맞게 됩니다. 석유 파동으로 국제 석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자, 베네수엘라 정부는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했습니다.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즈 대통령은 “위대한 베네수엘라” (La Gran Venezuela) 정책을 내세워 석유를 국가의 이익으로 만드려 했고, 그 결과 마라카이보에 본부를 둔 PDVSA가 탄생하게 된것입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PDVSA를 설립하면서 곧장 석유 산업을 국유화했습니다. 하지만 국유화 이후에도 문제는 생산에 필요한 기술력이었습니다. 국유화를 통해 정부가 직접 수익을 올릴 수 있었지만, 효율적인 운영에는 한계에 부딪혔던 것입니다. 결국 베네수엘라는 80-90년대 동안 석유 시장 개방 (스페인어로는 Apertura Petrolera)으로 정책 노선을 변경할 수 없었고, 쫓겨났던 해외 다국적 기업들이 다시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생산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게 됩니다.
2000년대 들어 PDVSA는 차베스가 정권을 장악하며 또 다른 변환점을 맞이합니다. 차베스의 사회주의 정책이 시작되면서 PDVSA도 다시 완전한 국유화가 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많은 PDVSA 직원들이 이에 항의하며 총파업을 벌였지만, 결과는 차베스의 계획대로 흘러가게 됩니다. 이런 부분을 살펴보면, PDVSA의 역사는 베네수엘라의 정치, 경제 역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있습니다. 베네수엘라가 석유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석유가 곧 권력이나 다름없었고, 권력을 잡은 정권의 성향에 따라 PDVSA의 성격이나 추구하는 방향도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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