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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Sep 30. 2022

칠레의 피노체트, 비밀경찰이 공포스러웠던 이유


1974년 9월 30일 새벽.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몇 발의 총성과 함께 자동차가 폭발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미리 설치해둔 폭탄이 터진 것 같은 이번 사고는 워낙 위력이 커 건너편 아파트 9층까지 파편이 튀었고, 수십 미터 떨어진 아파트 유리창이 깨질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고로 전 칠레 국방부 장관이었던 카를로스 프랫 (Carlos Prats)과 그의 아내가 목숨을 잃게 됩니다.


사건이 터진 당시 칠레에서는 군부 쿠데타에 성공한 피노체트가 자리를 잡아가던 때였습니다. 1년 전 9월 11일에 살바도르 아옌데를 몰아낸 피노체트는 자신과 정치적 뜻이 같지 않은 사람들을 체포, 납치하거나 암살하는 일을 벌였습니다. 1973년부터 17년 동안 이어진 피노체트 임기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는데, 칠레 정부는 피해를 입은 사람만 4만 명이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피노체트가 펼친 이 비밀 작전은 콘도르 작전 (Operación Condor)라 불렸습니다. 그리고 카를로스 프랫은 이 작전의 주요 대상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가 아옌데 정권에서 주요직을 맡았고, 몇몇 군사 부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카를로스 프랫은 항상 피노체트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고, 심지어 그가 아르헨티나로 망명을 가 있는 상황임에도 피노체트는 훗날 무슨 일을 버릴지 모른다며 그를 영원히 제거할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화를 피하기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로 행을 택한 카를로스 프랫은 결국 죽음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칠레 사람과 모임을 가지고 밤늦게 집에 도착한 카를로스 프랫은 차고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도중 갑자기 괴한들에게 총격을 당했습니다. 동시에 그의 차에 설치됐던 폭탄이 터지면서, 그의 아내와 함께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사건이 벌어진 직후, 아르헨티나 당국은 극단 정치 테러집단의 소행으로 짐작된다고 밝혔으나, 정확한 사건의 배후는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칠레 피노체트 정부도 자신들은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며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그의 죽음은 정치 보복에 의한 것이라는 추측만 남긴 채 잊혀져 갔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두 나라에서 민주 정권이 자리 잡은 뒤 이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2008년이 되서야 비밀경찰이 활동한 칠레 정보국 (DINA)의 소행이었음이 밝혀졌고, 국장이었던 마누엘 콘트레라스는 70년형이라는 사실상 종신형에 처해지게 됩니다. 또 폭발 장치를 설치하고 실질적인 공격을 감행했던 타운리와 마리아나 카예하스도 총 10년형을 선고받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작전을 총괄했던, 사실상 권력의 꼭대기에 있던 피노체트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으며 조금의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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