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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Oct 11. 2022

자메이카에서 벌어진 모랜트 베이 저항 사건


1865년 10월 11일. 카리브해에 위치한 자메이카에서는 이른바 모랜트 베이 저항 사건 (Morant Bay Rebellion)이 벌어졌습니다. 자메이카는 오랜 시간 영국의 지배를 받으며 스페인어권 중남미 국가와는 조금 다른 문화를 형성했는데요. 하지만 나라만 다를 뿐 식민 지배를 받으며 불공정한 일이 벌어진 건 같았고, 모 렌트 베이 저항은 이를 보여줬던 대표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우선 자메이카가 스페인 카리브 식민지와 달랐던 점은 노예 제도가 폐지된 시기였습니다. 쿠바나 푸에르토리코에서는 노예 제도가 19세기 중후반까지 이어진 반면, 영국은 비교적 이른 해인 1834년에 자메이카의 노예 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자메이카에서 끊임없이 벌어졌던 저항, 그리고 인권 문제를 고려했던 퀘이커교와 같은 내부적 목소리 때문에 결국 수백 년 동안 유지했던 노예 제도를 폐지했던 겁니다. 


하지만 노예 제도가 폐지됐다고 해서 자메이카 사람들이 곧바로 많은 자유를 누린 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궁핍했고, 사회 내에 남아있는 인종 차별에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또 정치 참여에 있어서도 ‘세금을 낸 남성들에 한 해서만 투표권이 주어진다'라는 당시 영국의 제도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소외됐습니다. 즉 자유는 주어졌지만, 자신들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을 만드는 데 아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은 사실상 과거 노예 시절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결국 1865년 10월 11일. 사회 활동가였던 폴 보글은 세인트 토마스에서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수 백명의 농민들과 함께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모랜트 베이 법원을 습격했고, 그들을 향해 발포를 시작한 민병대를 제압하고 법원과 인근 건물을 불태웠습니다. 그들은 세인트 토마스 지역을 장악했고, 저항 세력을 다른 곳으로 넓히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한편 이 소식을 들은 영국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습니다. 주지사 존 에어(John Eyre)는 알렉산더 넬슨(Alexander Nelson)이 이끄는 정부군을 파견하여 무자비하게 반란을 진압했고, 주동자인 폴 보글을 체포하여 처형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존 에어의 잔혹한 진압은 영국 내에서도 논란이 됐고, 조사단이 꾸려진 뒤 존 에어는 결국 영국으로 송환되고 맙니다. 


1868년 일어났던 쿠바나 푸에르토리코 독립운동과 마찬가지로 모랜트 베이 저항 사건도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맙니다. 비록 2주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는 자메이카 사회와 정치 구조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1962년 수립된 자메이카 정부는 폴 보글에게 ‘국민 영웅’이란 칭호를 수여했고, 사람들은 그를 아이티 독립을 이끈 투생 루베르튀르와 비교하며 '19세기 자메이카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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