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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Oct 12. 2022

중남미 국가들은 '콜럼버스의 날'을 어떻게 부를까?


1492년 10월 12일은 신대륙을 찾아 나선 콜럼버스가 처음으로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날입니다. 함선 총 3척 (산타마리아, 핀타, 니냐)을 지원받아 스페인을 떠난 지 68일 만에 바하마 섬에 도착한 것인데요.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이 처음 이어진 날로, 중남미에서 매년 10월 12일은 가장 중요한 날 중 하나로 기념되고 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면, 국가별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처음 '발견'한 날을 부르는 명칭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서는 10월 12일을 단순히 '콜럼버스의 날 (Columbus Day)'로 부르지만, 중남미에서 이 날은 어떤 관점에서 역사를 보는지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붙여져 있습니다.


먼저 역사적으로 봤을 때, 중남미 국가들은 이 날을 보통 ‘Día de la Raza’로 불렀습니다. 스페인어 raza는 인종, 민족, 혈통이란 의미를 가진 단어인데요. 이 이름을 처음 제안한 건 멕시코의 호세 바스콘셀로로, 유럽 백인과 원주민 문화가 만나 탄생한 메스티소 문화를 강조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10월 12일을 기념하기 위해 raza라는 단어를 쓰는 국가들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대신 ‘문화’를 뜻하는 ‘Cultura’를 넣은 국가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멕시코는 이 날을 다문화 국가의 날 (Día de la Nación Pluricultural)로 이름을 바꾸었고, 아르헨티나와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각각 문화 다양성 존중의 날 (Día del Respeto a la Diversidad Cultural)과 정체성과 문화 다양성의 날 (Día de la Identidad y Diversidad Cultural)로 부르고 있습니다.


한편 베네수엘라와 니카라과의 경우엔 조금 더 정치적인 의도가 들어간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2002년부터 유럽인들의 정착에 대한 원주민의 저항을 기념하기 위한 목적으로 원주민 저항의 날 (Día de la Resistencia Indígena)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또 니카라과에서도 ‘원주민, 흑인 및 대중 저항의 날’ (Día de la Resistencia Indígena, Negra y Popular)로 이름을 바꿔 억압에 저항했던 역사를 강조하는 뉘앙스를 나타냈습니다.  


이밖에도 10월 12일은 ‘히스패닉의 날' (과테말라), ‘발견의 날' (바하마), ‘범아메리카의 날' (벨리즈) 같이 다양한 이름이 붙여져 있습니다.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상륙이 향후 세계사의 흐름을 뒤바꾼 만큼, 한 가지 사건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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