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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Oct 19. 2022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 '통행 금지령'이 내려졌던 이유


2019년 10월 19일. 칠레 정부는 수도 산티아고를 비롯한 주변 지역에 통행 금지령을 내립니다. 전날부터 반정부 시위가 거세졌고, 시위대 중 몇몇 사람들이 상점과 역 주변에 피해를 입혀 도시가 마비됐기 때문입니다. 피녜라 대통령은 즉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군대를 배치하여 질서를 강화하도록 지시했습니다.


한 때 전 세계가 주목했던 ‘2019년 칠레 대규모 시위’의 불을 지핀 건 지하철 요금 인상안 때문이었습니다. 칠레 정부와 산티아고 시청은 같은 해 10월 12일 “산티아고 지하철 적자를 막기 위해 지하철 요금 30페소 (한화 50원)를 인상한다”는 계획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수년간 경제적으로 힘든 생활을 이어 나가던 많은 칠레 국민들의 반발을 일으켰고, 참아왔던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하며 곧바로 대규모 시위로 이어지게 됩니다.   


평소 칠레는 중남미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발전한 나라, 가장 민주적인 국가로 알려져왔습니다. 주요 언론이 발표하는 여러 통계 자료에서도 칠레는 선진국으로 평가됐고, 2010년 남미 국가 중에서는 최초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 가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임금에 비해 높은 주거와 생활 비용, 그 높은 실업률, 그리고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빈부격차 지수는 보이는 것과는 달리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발표된 ‘지하철 요금 인상’은 곪아왔던 사회적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인 사회 개혁을 요구하게 만들었습니다.


한편 통금을 발표한 날, 피녜라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지하철 인상안 철회를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시위대를 이끄는 핵심 인사들과 협상을 시작하며 민심을 달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고, 오히려 시위는 백만 명이 참여하는 규모로 커짐과 동시에 산티아고를 비롯한 칠레 모든 지역으로 퍼지게 됩니다.


칠레 역사상 가장 큰 시위 중 하나로 기록된 이번 사건 이후, 피녜라 대통령은 교육, 의료, 연금 시스템 개혁을 점진적으로 진행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또 국민들은 피노체트가 만든 헌법 이후 바뀐 적이 없는 칠레 헌법을 개정한다는 동의를 얻어냈으며, 2021년 12월 선거에서는 '평등한 칠레'를 구호로 외친 35세 보리치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했습니다. 2019년 시위는 변화를 원하는 칠레 사회를 조금씩 바꾸는 전환점이 됐으며, 칠레는 여전히 변화를 위한 길을 계속 나아가는 중에 있습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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