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티너리 Oct 31. 2022

코스타리카에 핼러윈 대신 가면무도회의 날이 생긴 이유


매년 10월 31일은 전 세계에서 핼러윈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하지만 중미의 국가 코스타리카에서는 인기 있는 핼러윈 파티의 대안으로 이 날을 ‘코스타리카 전통 가면 무도희의 날’ (Día Nacional de la Mascarada Tradicional Costarricense)으로 만들었습니다. 코스타리카의 오래된 가면 관습을 홍보하고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날은 1997년부터 시작됐으며, 코스타리카 전국에서 모두가 즐기는 하나의 국민 축제로 발전했습니다.

 

코스타리카의 가면무도회 역사는 독립 초기 시절로 돌아갑니다. 1824년 8월 2일. 코스타리카의 옛 수도 카르타에서는 Virgen de los Ángeles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축제가 벌어졌는데, 목공이었던 라파엘 발레린이 히간타 (Giganta)라 불리는 거대한 가면을 만들어 축제에 참가했습니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가면은 종교의식에 있어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됐고, 시간이 흐르며 다른 종교 축제에서도 쓰이며 전국으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한편 가면무도회의 날은 스페인에 뿌리를 둔 문화뿐만 아니라 코스타리카 원주민들의 전통이 합쳐져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스페인 식민지 훨씬 이전 시절부터 코스타리카 지역 원주민들은 주로 사슴, 박쥐, 개구리, 도마뱀 같은 동물들의 특징을 살린 가면을 사용했습니다. 가면은 주로 종교의식 때 쓰였는데, 특히 영안 숭배를 지휘한 사람이 고인을 다른 세계로 인도할 수 있도록 사용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코스타리카 전통 가면 무도희의 날’에서 볼 수 있는 가면들은 코스타리카의 민속 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캐릭터부터 우리에게 흔한 만화나 영화 속 악마, 마녀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 코스타리카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가면들도 흔하게 발견할 수 있고, 유명인이나 정치인을 풍자하기 위한 가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날만 되면 도시마다 가면 전시회와 행진이 벌어지는데, 특히 코스타리카 전통 음악을 연주하는 시마로나스 (Cimarronas)가 참여해 축제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킵니다. 겉으로는 가면을 쓰고 즐기는 핼러윈 파티와 다를 바 없어보이지만 사실 코스타리카의 전통문화도 함께 보존된 축제로, 코스타리카의 문화적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한 국가적 노력이 성공적으로 이어진 사례이기도 합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14명의 베네수엘라 어부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