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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Oct 29. 2022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14명의 베네수엘라 어부 이야기


1988년 10월 29일. 콜롬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베네수엘라 도시 엘 암파로 (El Amparo)에서 비극적인 일이 벌어집니다. 평소처럼 아라우카 강으로 일을 하러 나간 어부 16명에게 갑자기 총알이 빗발쳤고, 단 2명 만이 현장에서 살아남은 비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베네수엘라 군대의 잘못된 군사 작전으로 발생한 이 사건은 암파로 학살 사건 (Masacre de El Amparo)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콜롬비아 게릴라 조직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하이메 루신치는 콜롬비아 게릴라들이 국경을 넘어 베네수엘라까지 영향을 주지 못하게끔 하길 원했고, 이에 호세 안토니오 파에즈 특별 사령부 (Cejap)를 설립하기로 결정합니다. 1987년 만들어진 이 특별 부대는 주로 국경 지대에서 활동했고, 마약 밀매나 납치 같은 강력 범죄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국경을 지켰습니다.   


엘 암파로 지역에서 이른바 ‘아길라 3’ 작전을 시행하던 이들은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국경 사이에 흐르는 아라우카 강에서 일하는 어부들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한 정보가 없었지만, 어부들이 콜롬비아 게릴라 조직원 중 일부라 판단했습니다. 그들은 배에서 내리려하는 16병 어부들을 향해 총을 쐈고, 물속으로 몸을 던져 공격을 피한 월메르와 호세를 두 명을 제외한 어부 14명이 전부 목숨을 잃게 됩니다.


사건 이후 군부는 어부들이 콜롬비아 출신의 게릴라였고, 약 20분 동안 베네수엘라 측과 총격전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들은 오직 작전을 수행했을 뿐이며, 부대원들의 피해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이는 모두 거짓이었으며, 시신 사이에서 발견된 무기들은 베네수엘라 군이 가져다 놓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부검에서도 진술과는 다른 결과가 나와 베네수엘라 군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비극이 벌어진 것임이 밝혀졌습니다.


사건이 명백하게 밝혀졌음에도, 베네수엘라 군사 법원은 올바른 판결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피해자 유족들은 미주 인권재판소에 이를 상정했고, 1995년이 돼서야 정부는 결국 학살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자칫하면 왜곡된 사건으로 역사에 남을 뻔한 암파로 학살은 오랜 세월이 지난 끝에 진실이 밝혀졌고, 국가와 군의 잘못으로 14명의 어부가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음이 인정됩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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