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태평양 연안을 끼고 있는 칠레에는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한 이스터 섬 말고도 다양한 섬들이 존재합니다. 그중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곳이 바로 “후안 페르난데스 군도"인데요. 다니엘 데포가 쓴 로빈손 크루소 표류기의 모티브가 된 장소로, 실제로 군도를 이루고 있는 세 섬 중 하나가 로빈손 크루소 섬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1574년 11월 22일, 칠레 본토에서 600킬로미터나 떨어진 섬들을 처음 발견한 건 스페인 탐험가 후안 페르난데스였습니다. 페루 카야오 항구에서 칠레 발파라이소를 항해했던 페르난데스는 예상치 못한 훔볼트 해류를 만나 오랜 시간 태평양을 표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은 세 섬들을 발견했고, 이를 산타 클라라, 마스 아푸에라, 마스 아 티에라로 이름 붙였습니다.
워낙 고립된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발견 이후에도 섬에 사람이 정착하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대신 태평양을 떠돌아다니는 해적들이 잠시 쉬어가는 쉼터 역할을 했고, 나중엔 칠레 범죄자나 정치 사범들이 거주하는 수용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섬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건 스코틀랜드 선원 알렉산더 셀커크 덕분이었는데, 그가 4년 동안 무인도에서 생활했던 내용이 흣날 소설 로빈손 크루소로 탄생했기 때문입니다. 1960년대에 이르러 칠레 정부는 이곳을 본격적으로 관광화하기 시작했고, 마스 아푸에라와 마스 아 티에라 섬도 알렉산더 셀커크, 로빈손 크루소로 이름이 바뀌게 됩니다.
칠레 이스터섬과 후안 페르난데스 군도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폴리네시아 원주민들이 거주했던 흔적의 유무입니다. 고고학자들은 폴리네시아인들이 이스터 섬을 기준으로 더 동쪽으로 항해하지 않았고, 페르난데스 군도는 유럽인들에 의해 발견되기 전까지 사실상 무인도로 남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워낙 사람들의 발길이 없었기에 산호초를 비롯한 멸종 위기 생물들이 섬 주변에 서식하고 있으며, 1977년부터는 유네스코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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