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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Aug 20. 2023

수 백 년째 마야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장인의 마을


타피훌라파 (Tapijulapa)는 2010년 마법의 마을로 선정된 마을이다. 많은 분들이 이 마을의 이름을 처음 들어보셨을 거 같은데, 한글로 찾으면 검색 결과가 없을 만큼 낯선 곳이다. 먼저 위치를 살펴보면 타피훌라파는 멕시코 타바스코 (Tabasco) 주에 있다. 타바스코는 피자를 좋아한다면 조금 익숙할법한 이름이다. 피자 위에 뿌려 먹는 매콤한 소스 이름이 타바스코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소스는 애드먼드 맥킬레니 (Edmund McIlhenny)가 만든 것으로, 타바스코주에서 생산된 고추를 가지고 만들어 소스 이름을 타바스코라 지었다고 한다.


이 타바스코 주를 대표하는 타피훌라파는 산과 강이 어우러진 곳에 있는 조용한 마을이다. 외진 곳에 있기 때문에 대도시 비야에르모사에서 바로 가는 직행 버스도 없다. 도착하려면 중간에 있는 타코탈파 (Tacotalpa)라는 곳을 한 번 거쳐서 들어가야 된다. 30도에 다다르는 날씨에 해가 쨍쨍한 굽은 길을 가다 보면, 마치 한 여름에 강원도 산골 마을로 여행을 가는 느낌이 든다.


타피훌라파의 텅 빈 거리 모습 (사진: @숲피)


마을에 도착해 느낀 첫인상은 한적함 그 자체였다. 버스에서 내렸을 때가 오후 2시였는데, 거리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보통 사람들이 붐비는 중앙 광장에는 두세 명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 그들에게 다가가 얘기를 들어보니, 바로 전 날 축제가 있어서 오늘은 평소보다 조용한 편이라 했다. 타피훌라파는 하얀색 벽과 갈색의 지붕색이 잘 어우러져 식민지풍 느낌을 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중남미 여행 중 페루의 쿠스코, 브라질의 오우로 프레토가 옛날로 돌아간 느낌을 주는 조그만 도시였는데, 타피훌라파도 그런 비슷한 결의 마을이었다.


밈브레 공예품들 (사진: @숲피)


마을을 구경하다 보면 상점에서 공통적으로 팔고 있는 것이 한눈에 보인다. 바로 짚으로 만들어진 공예품이다. 옅은 갈색의 튼튼한 짚으로 만들어진 크고 작은 바구니, 헤어밴드, 의자, 테이블 같이 가지 각색의 물건을 쉽게 볼 수 있다. 타피훌라파 사람들은 이 공예품을 밈브레 (Mimbre), 혹은 모투사이 (Motusay)라 부른다. 우선 밈브레는 스페인어로 얇은 식물 잎이나 줄기를 짜서 만든 재료를 뜻한다. 모투사이는 소케 (Zoque)족 언어로 "물에 담가진 작은 덩굴"을 뜻한다. 두 단어의 의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나뭇가지를 엮어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밈브레는 필로덴드론 (Philodendron)이라 불리는 나무로 만들어진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는데, 바로 나무가 나뭇가지에 붙어 서식하는 착생 식물이란 점이다. 착생 식물은 땅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다른 식물에 기생해서 사는 식물을 뜻한다. 한 마디로 땅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것이 아닌, 다른 식물로부터 영양분을 얻어 생존하는 것이다. 기생이란 단어가 무언가 얹혀사는 느낌을 주는데, 의외로 기생 식물은 호스트 식물과 유기적인 상호 작용을 한다고 한다. 착생 식물은 영양분을 내어주고, 반대로 호스트 식물은 착생 식물이 흡수한 물로 수분을 보충하며 서로를 돕는 것이다.


밈브레 상점 (사진: @숲피)


타피훌라파 사람들은 마을 주변 산에서 나무 가지를 가져와 해를 쬐어 말린다. 그리고 어느 정도 건조가 끝나면 물에 담근다. 이 과정이 중요한데, 나뭇가지를 부러지지 않도록 유연하게 만드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나무들은 둥글게 말아져 하나의 묶음으로 탄생한다. 사람들은 이를 스페인어로 로요 (Rollo), 즉 하나의 뭉텅이라 부른다. 이렇게 만들어진 로요는 트럭에 산처럼 쌓여 장인들에게 넘겨지며, 다양한 형태의 예술품으로 탄생하게 된다.



밈브레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오랜 시간 이곳에 거주해 오던 소케 (Zoque)족에 의해 시작된 걸 알 수 있다. 올멕 부족의 후손으로 볼 수 있는 이들은 15세기말 아스텍에 의해 정복당하기까지 나름 번창했던 부족이었다. 현재는 모습이 남아있지 않지만, 치아파스 고원지대에는 코포야 (Copoya)라는 도시를 기반으로 발전했다. 이곳에서 그들은 다른 부족들과 경제적 교류를 하곤 했는데, 밈브레 공예품도 그중 하나였다.


툴룸으로 판매할 공예품을 싣고 있는 사람들 (사진: @숲피)


밈브레는 소케 사람들이 지켜온 전통 중 하나다. 현재 멕시코에는 약 8만 5천여 명 정도의 소케인들이 치아파스, 타바스코, 와하카 주에 거주하고 있다. 타피훌라파는 그중에서도 밈브레를 만드는 장인들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공예품을 만들어 타피훌라파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판매를 하기도 하지만, 그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수익을 내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툴룸이나 플라야델카르멘으로 직접 운반해 판매를 하기도 한다.


마을의 정겨운 카페 모습 (사진: @숲피)


밈브레는 멕시코의 다양한 문화와 예술적 가치를 보여주는 공예품이다. 가벼운데 튼튼하기까지 해 단순한 장식품이 아닌 실용적인 용도로도 쓸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실제로 한 유럽 기업은 밈브레를 대량으로 생산하자는 솔깃한 제안을 했다고 한다. 밈브레 생산에 있어 시스템을 갖추고, 기계화를 통해 수출을 높여보자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최종적으로 이를 거부했다. 경제적 이익보다는, 자신들이 직접 한 땀 한 땀 만들어가며 지금의 생활 방식을 지켜나가는 걸 선호한 것이다. 타피훌라파 마을의 장인들은 여전히 이전 그대로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으며, 자부심을 가지고 묵묵히 밈브레 예술품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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