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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Dec 02. 2018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죽음

#12월 2일.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살해되었다.


1993년 12월 2일, 콜롬비아 메데진에 위치한 라 카테드랄 주택가에서 난데없는 총격전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뉴스가 전해졌는데요. 바로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죽음 소식이었습니다.


1993년 12월 2일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죽음



왜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막지 못했을까?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이야기는 워낙 유명합니다. 넷플릭스는 ‘나르코스’라는 드라마를 제작해서 파블로와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 이야기에 대해 자세히 다루기도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미 너무나도 잘 알려진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일대기보다는 왜 콜롬비아 정부가 파블로를 진압하기까지 2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1) 머니파워


먼저 파블로는 돈이 (정말!) 많았습니다. 마리화나와 코카인을 미국에 판매해서 벌어들인 개인 재산만 1993년 당시 30억 달러나 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한화로 계산하면 약 30조로, 중남미 최고의 갑부 카를로스 슬림 (Carlos Slim)의 재산과 맞먹는 돈이기도 했습니다.


파블로는 그 엄청난 돈으로 정치인들과 경찰을 매수했습니다. 드라마 나르코스를 보면 이러한 상황이 자주 나오곤 하는데, 자신을 체포하려는 경찰들에게 거절하기 힘든 액수의 돈을 제공하며 자신의 팀으로 매수했습니다.


정치계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시 의원, 주지사, 국회의원 등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상대로 일종의 ‘로비활동’을 통해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미 부패해 있던 콜롬비아 정치인들은 파블로의 뒷돈을 받아 더욱 부패해졌고 그의 마약 판매 활동을 눈감아 줬습니다. 정의를 위해 일하는 정치인들과 경찰들이 넘어갔는데, 용기 내어 파블로를 잡아들이자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겁니다.



2) 돈 아니면 총알


"Plata, o Plomo" (돈 아니면 총알)


나르코스에서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던진 명언입니다. 자신을 저지하려는 경찰에게 “돈 아니면 총알"을 선택하라며 위협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잔혹한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파블로는 자신의 돈을 거절하고 정의로운 길을 가는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했습니다. 자신을 마약왕이라며 정치계에 입당하려는 것을 비판한 법무부의 로드리고 라라를 암살한 사건은 너무나 유명합니다. 또 파블로는 콜롬비아 대통령 후보였던 갈비리아를 살해하기 위해 1989년 일어난 콜롬비아 항공인 아비앙카 203편의 공중 폭발시켰습니다. 다행히 갈비리아는 이 비행기에 타고 있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계속해서 위협을 가하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 보여주기에 충분한 사건이었습니다.


파블로는 자신의 편이 아닌 사람들에게 납치, 살해, 고문을 저질렀습니다. "돈 아니면 총알"이라는 말에서 드러나듯이 자신에게 복종하지 않는다면 바로 죽음을 선사했습니다. 이렇게 테러와 공포의 대명사였던 파블로 에스코바르에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3) 의적?


흥미롭게도 당시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마냥 나쁜 이미지만 갖고 있진 않았습니다. 그는 마치 로빈후드처럼 메데진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졌고, 식량이나 의료품 같은 지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당시 콜롬비아 정부가 하지 못했던 일종의 복지제도를 '마약 돈'으로 주민들에게 제공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겁니다. 때문에 몇몇 사람들은 파블로를 의로운 사람, 영웅으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파블로와 그의 아들 세바스티안


실제로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살해당하고 난 뒤 파블로의 가족과 그의 어머니는 파블로를 옹호했습니다. "내 아들 파블로는 평생을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왔다. 오히려 콜롬비아 정부가 파블로를 죄인으로 몰고 갔다!"라고 주장한 것이었습니다. 파블로의 아들 세바스티언 또한 "내 아버지는 좋으신 분이었다. 그를 나쁘게 보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마약을 판매한다는 것은 범죄입니다. 거기에 납치, 고문, 살인, 테러까지 일으킨다면 그건 더더욱 심각한 범죄입니다.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마약 범죄조직은 콜롬비아 정부에서조차 감당하기 힘들 만큼 규모가 큰 조직이었습니다. 하지만 파블로가 가지고 있던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 잔혹한 테러, 그리고 일반 서민들의 마음을 사기 위한 포퓰리즘적 행보는 그가 '명확한 범죄자'로 심판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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