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사람들의 전통문화
매년 12월 7일 오후 6시 정각이 되면, 중미에 위치한 나라의 과테말라에서는 특별한 전통 놀이가 시작됩니다. 바로 악마의 형태를 한 인형을 불태우는 행사인데요. 이 날은 이른바 “악마를 태우는 날 (Dia de la quema del diablo)”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과테말라 마을의 이웃주민들이 함께 모여 이 날을 기념한다고 합니다
악마를 불태우는 날의 기원은 스페인 식민 시절부터 시작됐습니다. 과테말라 지역은 스페인에게 정복된 이후로 가톨릭 종교를 받아들였고, 연말이 되면 성모 마리아를 경배하고 사탄을 쫓아내는 종교적 행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악마 모양을 한 형상을 불태우는 전통이 생겼는데, 과테말라 사람들은 옛날부터 장롱 뒤나 침대 밑, 방구석 등에 악마가 몰래 숨어 지낸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그들의 형상을 한 인형을 태움으로써 집안의 각종 불운을 덜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년 정월 대보름마다 하는 전통놀이인 '쥐불놀이', '달집 태우기'와 매우 흡사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달집을 태우고 불길에 헌 옷, 부적, 머리카락을 태움으로써 한 해를 잘 보내기 위한 액땜을 하는데요. 일종의 '액운 불살라버리기'가 지구 반대편 과테말라에서도 '악마 불태우기'라는 이름으로 전해져 오는 것입니다.
과테말라의 환경단체는 '악마를 불태우는 날' 행사 때 나오는 환경오염 물질에 대해 경고합니다. 사람들은 나뭇가지나 잎을 태우면서 동시에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같은 물건을 태우기도 하는데, 이때 다이옥신과 같은 암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이 인체에 해를 끼친다는 주장입니다.
이 날 6시만 되면 약 오십만 개의 불이 과테말라 전국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단지 수십 개의 불을 피우는 것이 아닌 수십만 개의 불이 동시에 피워질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의 양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실제로 6시부터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차 백만 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이 날을 '사고와 오염의 날' (Día de la contaminación y accidentes)라 비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마를 불태우는 날'은 여전히 과테말라 사람들에게 중요한 연말 행사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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