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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Dec 18. 2018

페루의 일본 대사관 인질극, 126일간의 대치


1996년 12월 18일 밤, 페루 리마 산 이시드로 (San Isidro) 시에 위치한 일본 대사관에서는 14명의 테러리스트들이 중무장 한채 인질극을 벌인다. 이들은 페루 혁명 게릴라 조직이라 알려진 투팍 아마루 게릴라 집단으로 (MRTA= Tupac Amaru Revolutionary Movement), 일본 천황 아키히토의 63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페루 고위 정부 인사들과 외교관, 비즈니스 관계자들을 상대로 납치극을 펼쳤습니다. 당시 페루 대통령은 일본계 대통령이었던 알베르토 후지모리였는데, 게릴라 조직원들은 이점을 노려 일본 대사관을 공격한 것이었습니다. 


담벼락에 폭탄을 터트리고 들어온 14명의 게릴라들은 곧바로 대사관 전체를 장악했습니다. 당시 그곳에 있던 약 800명의 사람들이 인질로 잡혔고, 게릴라 들은 그중의 절반인 400명을 풀어주었습니다. 그 후 사람들을 선별해 최종적으로 72명의 인질을 남겨뒀는데, 이는 더 중요한 인질들을 관리하기 위한 그들만의 전략이었습니다.


게릴라들에게 잡힌 인질 가운데는 수많은 고위인사들이 속해있었습니다. 그중에는 2001년 페루의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알레한드로 톨레도도 속해있었으며, 후지모리의 어머니와 동생 또한 이 인질극에 연루되었습니다.

 


협상 인터뷰를 하는 MRTA  게릴라들 (peru.com)


주요 인물들이 인질로 잡혀있었던 사건이었던 만큼 이 인질극은 무려 126일 동안이나 지속되었습니다. 특히 게릴라 측은 후지모리 정권에게 민감한 협상 내용을 테이블에 들고 와 그들의 승인을 요구했습니다. 요구 중에는 MRTA 게릴라 조직원 400여 명의 석방과 같은 중요 사안도 들어있었습니다. 그들은 "고위인사들을 살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억울하게 감금된 조직원들의 자유를 원한다. 우리도 평화적 절차를 원해 이를 해결하고 싶다"라고 주장하며 협상 타결을 요구했습니다.


다수의 목숨이 걸려있는 만큼 후지모리 대통령은 우선 테이블에 앉아 게릴라 조직 대표들과 함께 협상안을 조율했습니다. 동시에 그는 대사관에 침투할 군사계획도 은밀하게 실행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사관 내에서 대치하고 있는 14명의 게릴라들이 온몸에 폭탄을 두르고 언제 버튼을 누를지 모르는 상황에 군사 투입 옵션은 쉽게 결정될 일이 아니었다. 



진압작전을 행하는 특수 부대 (yahoo.com)


결국 126일이 지난 1997년 4월 22일, 페루의 특수부대 140여 명이 현장에 투입되어 게릴라들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만 이 과정 중 한 명의 인질이 희생되었으며, 2명의 특수부대원이 사망하게 됩니다. 대사관 안에 있던 14명의 게릴라원들은 모두 사살됐고, 나머지 인질로 잡혀있던 고위 인사들은 아무 문제 없이 구출되며 사건은 종료됐습니다. 


진압 작전에 직접 관여한 후지모리 대통령 (livingperu.com)


세계를 놀라게 했던 페루 역사상 최악의 인질극은 이렇게 끝이 나게 됐습니다. 그 후 투팍 아마루 혁명조직은 후지모리 대통령의 강력한 게릴라 진압 작전에 힘을 잃었고, 반면 후지모리 대통령은 이번 작전에 직접 참여하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지지율이 70%대까지 급상승하게 됩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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