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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Dec 23. 2018

#4 아르헨티나에서 스테이크만 먹게 되는 이유  


스테이크 


한국에서 스테이크는 고급스런 음식으로 인식되어있다. 생일 같이 특별한 날이나, 외식을 할 때 스테이크를 찾지만, 평소에 "스테이크 먹으러 가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내 개인적 경험을 생각해봐도, 가족들과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은 적은 있지만, 스테이크를 요리해 먹은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장 많이 요리해 먹은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이 스테이크였다. 한국에서는 보통 라면, 김밥류의 편의점 음식으로 한 끼를 해결하곤 했는데, 아르헨티나에서는 자취 생활을 하며 스테이크와 함께 야채를 구워 종종 저녁으로 해 먹었다. 


한국에선 크리스마스 같이 특별한 날에나 먹었던 스테이크. 그런 스테이크를 어떻게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선 자주 요리해 먹을 수 있었을까? 



저렴한 가격


제일 맛있는 안심 부위 bife de chorizo



내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스테이크를 즐겨 먹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스테이크 고기가 아주 저렴하다. 아르헨티나의 롯데마트, 이마트라 할 수 있는 엘 코또 (El Coto)나 엘 디아(El Dia) 같은 마트의 정육점 코너에 가면, 잘 전시되어 있는 스테이크 고기의 가격 태그가 한화로 약 3000-4000원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당시 환율을 따졌을 때, 2000원도 가격 (스테이크 용은 아니었던 것 같다...)


심지어 이 3-4000원짜리 고기는 결코 맛이 없거나 질긴 부위가 아니다. 이 고기들은 주로 맛있기로 소문난 등심과 안심 부위다. 여기에 2000원을 더해 5-6000원 정도의 가격이면 한 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꽃등심 (ojo de bife) 부위도 살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소고기 가격이 유달리 싼 이유는, 시중으로 유통되는 고기의 공급량이 많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에는 팜파스라고 불리는 초원이 있다. 우리나라 면적의 수십 배가 달하는 이 팜파스 지역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소들이 길러지고 있다. 참고로, 아르헨티나 소 한 마리의 가격은 100만이 넘지 않는다고 한다). 


 팜파스 초원


이 어마어마한 양의 아르헨티나 소고기는 현지 마켓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수출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소고기 공급으로 인해,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즐겨 먹는 주 음식이 되었고, 그들은 한해 무려 54kg의 소고기를 섭취한다고 한다. 이는 56kg을 섭취하는 이웃국가 우루과이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참고로 한국의 경우는 사분의 일 수준인 15.4kg로 전 세계 18위를 기록했다. 



 높은 소고기
 

엘 코토 마켓의 정육 코너 


아르헨티나에서는 소고기의 값이 싼데, 심지어 퀄리티마저 높다. 집 근처에 있는 정육점을 가면, 얼핏 눈으로 봐도 싱싱한 고기들이 눈앞에 펼쳐져있다. 만원 이하의 가격으로 월드 클래스급 고기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아르헨티나 소고기가 질이 좋은 이유는 팜파스 지역에 소를 방목해 관리하기 때문이다. 방목이 되어서 길러진 소들은 근육이 발달해 비교적 지방이 적고, 퀄리티가 높은 고기로 생산된다. 이러한 고기는 지방이 적어 다소 질기게 느껴질 수 있지만, 스테이크의 굽기 정도를 잘 조절한다면 육즙이 흘러나오는 싱싱한 아르헨티나 소고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마블링 많은 사실 지방이 많은 소를 도축한 것이다. 지방이 많으면 고기가 부드럽게 느껴지고 고소하게 느껴져 풍미를 더 해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들은 지방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방목된 소들처럼 움직임이 많은 건강한 소라고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마블링이 많은 소를 섭취하면 콜레스테롤 양이 올라가, 동맥경화와 같은 성인병을 불러일으켜 건강을 위협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첫날 먹은 아사도 (아르헨티나 소갈비)와 곱창 


개개인마다 선호하는 맛있는 소고기의 기준은 다르지만, 내 경우는 아르헨티나 소고기가 조금 더 입맛에 맞았다. 특히 고기를 씹을 때 입안에서 느낄 수 있는 식감, 그리고 흘러나오는 육즙의 조화는 하얀 빛깔이 들어간 마블링 고기의 부드러움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다. 


그때의 생활을 되돌아보면, 값싼 가격과 훌륭한 아르헨티나 소고기에 중독되어 일주일에 서너 번씩은 스테이크 요리를 해 먹었던 것 같다. 아마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는 동안 가장 그리운 것을 고르라면, 고민 없이 스테이크를 선택할 것 같다. 




[이어지는 글에선 아르헨티나식 바베큐 아사도와 부에노스아이레스 스테이크 음식점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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