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환 Jul 13. 2022

[노래공감] 이승환, <덩크슛>


 유튜브에서 우연히, 손을 자주 놀리는 것이 뇌의 계발에 도움이 된다는 영상을 봤다. 나이드신 분들께는 뜨개질이나 묵주기도가 치매 예방에 그리 좋단다. 농구선수들의 뇌에 대한 연구도 흥미로웠다. 항상 손을 쓰다보니 뇌의 특정 부위가 일반인에 비해 14%가량 더 발달되어 있다고 했다. 연예인 중에서도 농구선수 출신들의 재치가 유독 돋보이는 것 같더니만 다 이유가 있었다.


 치매를 걱정할 나이는 아니나 현관 한구석에 박혀 있던 농구공에 슬쩍 눈이 갔다. 오랜만에 농구공을 들고 근처 학교를 향했다. 중고등학교, 아니 대학에 다닐 때까지 농구를 참 좋아했고 많이도 했다. 일단 농구공을 들면 운동장 가는 길이 설렘으로 멀었는데, 그건 마흔 아홉에도 똑같았다.


 농구대는 비어 있었다. 하긴 요즘 애들은 농구할 시간도 없으리라. 내가 다닐 때 여기 운동장은 그냥 흙바닥이었다. 먼지를 풀풀 날리면서 운동장 가운데서는 축구를, 구석에선 농구를 했다. 말이 축구고 농구지 실상은 개떼의 이동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인구가 가장 많다는 70년대 초중반생들이었다. 그 좁은 운동장에 대여섯 개의 공이 동시다발적으로 굴러 다니는 동안, 공만 보고 짐승처럼 몰려 다니는 녀석들로 운동장은 항상 뿌옜다. 지금은 운동장에 인조잔디가 깔렸고 농구장 바닥도 무려 우레탄이지만 정작 사람이 없다.


 빈 농구장에서 두세 번 공을 퉁기다 보니 감도 기억도 돌아왔다. 90년대 초반엔 농구의 인기가 절정이었다. <슬램덩크>와 대학농구, 그리고 드라마 <마지막 승부>가 그 분위기를 이끌었다. 당시 슬램덩크의 등장인물 한 두 명쯤, 혹은 명대사 한 두 개쯤 외우지 못하는 이가 없었다. 안경을 썼으면 '안경선배'였고, 왼손은 거들 뿐이었다.


 대학농구에서는 연세대와 고려대의 맞대결이 볼만했다. 서장훈, 현주엽, 우지원, 이상민, 전희철... 전설같은 선수들이 불꽃처럼 날아다녔다. 그 붐을 타고 농구의 열기를 그야말로 펑! 터뜨린 것이 MBC 미니시리즈 <마지막 승부>였다. 롱패딩을 입고 나와 까까머리를 드러내던 장동건의 눈빛, 그리고 심은하.


 아마 그런 분위기에 편승한 바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93년 이승환 3집, <My Story>에는 '덩크슛' 이라는 노래가 실렸다. 덩크슛 한 번 해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간단한 스토리인데, 그 소원을 이뤄 줄 비장의 주문이 '야발라바히기야'였다. 훗날 주문의 계보를 잇게 되는 '아브라카다브라'에 비하면 참 건전하고 건강했다.


 이승환님의 키는 167cm로 알려졌다. 그에 비하면 188cm의 나는 마법의 주문이 아니어도 덩크슛 한 번 해봄직 했을 텐데, 그렇게 농구를 좋아하던 20대나 지금이나 몸은 평생 무겁다. 이제는 착지의 진동을 발보다 배가 먼저 다. 주문이 필요하다. 야발라바히기야, 야발라바히기야. 그리고, 뭐였지... 야발라바 하이바바... 하이... 하이룰라? 이러저러나 농구는 치매 예방에 좋았다.  




https://youtu.be/WyoVsC8Rk6s

작가의 이전글 [오늘의 私설] 혐오와 애착, 동전의 양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