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환 Jan 03. 2023

[讀한놈]<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정현채의 책


 현대 사회에서 과학은 절대적인 권위를 지닌다. 그러므로 ‘비과학적’이라는 말은 단순히 과학의 영역을 벗어났다는 진단을 넘어 ‘우매함’, ‘미신’, 심지어 ‘사기’ 따위와 동의어로 쓰인다. 하지만 과학 바깥의 세계가 그처럼 혼탁하기만 할까?

    

 과학은 이성에 기반한다. 이성은 인간의 사고 방식이다. 즉 인간이라는 종(種)이 감각기관을 통해 수용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물이다. 영화 <컨택트>의 외계 생명체처럼, 만약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수용하고 소통하는 존재들이 있다면 그들의 사고법은 인간과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이성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있다는 과학만능주의도 위험하다. 이성으로 파악할 수 없는 영역이 없다고 단언할 만한 권위가 인간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말하는 것 역시 대단히 교만한 일이다. “죽음이란 육신의 소멸일 뿐, 사후세계 따위는 없다.”     


 죽음이란 무엇인지,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사후 세계란 과연 있는지는 인류의 역사만큼 오래된 질문이다.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에서 저자 정현채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죽음에 대한 과학 너머의 세계를 더듬는다. 이를 ‘과학적 분석’이 아니라는 이유로 평가절하할 수 없음은, 앞서 말한 대로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소화기내과의 저명 교수로 활동했다. 그러니 저자만큼 과학적 사고에 훈련된 독자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평생을 의사로서 실증적 태도를 지녀왔을 저자가 죽음과 사후 세계를 설명한다. 죽음이란 종말이 아니라 ‘옮겨감’이며, 그러므로 죽음을 직시하고 준비하면서 이 생을 충실히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죽음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이 신앙적인 것도 아니다. '천국'과 '지옥'이라는 개념은 나오지만 저자는 이를 종교적 선악의 공간이 아니라 영의 상태로 이해한다. 이처럼 '초과학적'이면서도 '탈신앙적' 관점에서 저자는 수많은 사례와 증언들을 통해 죽음의 실체와 의미를 차근차근 탐색해 간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죽음학'의 입문서로도 책은 훌륭하다. 그 안에서 얻는 영감이 죽음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이성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지혜란 이성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임을 알았다. 그 깨달음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을 더 과감히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의 私설] "쌤, 철학을 왜 배워야 하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