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4) : 도로와 지도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나

by 김정환

편의상 걸어온 길을 '국도'와 '지방도 및 시골길', '자전거길'로 나누어 본다.


국도는 고속국도(고속도로)와 함께 국가 기간 도로망이다. 주요 지역들을 가장 빠르게 이어준다. 그래서 영남대로와 겹치는 경우가 많다. 영남대로 역시 조상들이 발로 찾아 낸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전용구간을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보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도보 여행에 썩 적합하지는 않다. 워낙 차량 통행량이 많은 데다 주변과 단절된 채 도로만 계속 이어져 지루하다. 크게 돌아가지 않는 한 가급적 국도 옆으로 난 지방도나 시골길을 택했던 이유다.



특히 야간에 국도를 걷는 일은 위험하다. 수도권이나 도시 근처 외의 국도변엔 가로등이 드물다.



국도가 건조한 느낌이라면 지방도와 시골길은 한결 포근하다. 생활 밀착형 도로들이다보니 볼거리나 생각할 거리가 많다. 여행 중 가장 많이 걷게 되는 길이다.


보행자가 걸을 수 있도록 도로변에 공간을 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어느 쪽이든 기에 별 무리가 없다.



아스팔트 포장마저 미치지 않는 곳엔 시멘트 도로가 있다. 시골의 정취를 맛볼 수 있으나 불쑥불쑥 짖어대는 개의 빈도가 높은 건 함정이다.



가끔은 자전거길도 이용한다. 자전거길의 장점은 '안전'이다. 게다가 강이나 개천을 따라 놓인 경우가 많아 한적하고 조용하다.

자전거길의 단점이라면 지루함이다. 자전거 통행만을 위해 놓은 길이라 인문지리적 재미를 접하기 힘들다. 주변의 지세에 따라 굽이굽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도 도보 여행자에게는 썩 달갑지 않다.



길을 걸을 때는 원칙적으로 차량을 마주보고 걷는다. 그래야 상황을 내가 통제할 수 있다. 서울→부산이 아니라 부산→서울을 택한 데에는 이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남쪽으로 내려갈 경우 낮동안 햇볕을 정면으로 마주할 것이므로 마주오는 차량을 보는 데에 부담이 될 것이었다. 반면 부산에서 북상한다면 차량을 감지하기도, 얼굴에 자외선을 피하기에도 좋았다. 단, 겨울철에 북풍을 안고 올라오는 것은 감수해야 다.




2. 지도


경로의 뼈대는 책 <영남대로>와 국제신문의 기획연재시리즈 "영남대로가 깨어난다"를 참고해 잡았다. 둘 모두 영남대로의 옛길 탐방에 초점을 두고 있어 굵직한 방향을 잡는 데에 유용하다.


1일차에 적었듯 책 <영남대로>는 현재 절판되었다.(왼쪽) 국제신문의 캡쳐 화면.(오른쪽)


그러나 현장에서 경로를 개척한 경우가 훨씬 많다. <영남대로>의 저자는 나와 유사하게 일정 순으로 여정을 차곡차곡 정리했으나, 숙박이나 이동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택시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목표는 영남대로 답사가 아니라 '부산에서 서울까지 내 발로 온전히 걸어 올라오는 것'이었기에 저자 신정일 선생님의 경로를 그대로 따를 수는 없었다.


일정을 고려해 다른 길을 택하기도 한다. 청도에서 대구로 향하는 길에 팔조령 옛길을 굽이굽이 넘기보다는 터널을 이용한 것이 그 예다.


세부 경로를 탐색하는 데에는 네이버 지도 앱을 사용했다. '길찾기' 기능을 활용하면 자동차, 자전거, 도보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지방에서는 도보 경로가 잘 탐색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는 자전거나 자동차 경로(자동차 전용 제외)를 택해 줄기를 잡으면 된다.


도보 경로가 탐색되지 않을 때 자동차 경로는 반드시 '자동차 전용 제외'를 택해야 한다.(왼쪽) 경로가 다양할 경우 현장에서 판단을 내린다.(오른쪽)


하지만 네이버 지도도 어디까지나 참고용일 뿐이다. 앱에 '경로'로 선택되지 않은 좁은 시골길, 지도에 없던 현지의 통로를 활용한 경우도 많다.


지도와 관련된 어떤 책자, 기사, 애플리케이션도 나의 경로를 말해 주지 않았다. 종합적 판단과 최종 결정은 언제나 나의 몫이었다. 세상 일이 다 그렇듯, 그저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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