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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환 Jul 13. 2019

[오늘의 私설] 책을 또 샀네


 오늘도 책을 세 권이나 사버렸다. 올 초 세운 목표가 무색해진지 오래다. 사 놓고 읽지 않은 책이 산더미다.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새 책을 사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세 권은 어쩌면 그렇게 내 안의 니즈와 딱 맞아 떨어지는지, 사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김애란 작가의 <잊기 좋은 이름>. 이런 에세이집을 산 건 정말 오랜만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내가 쓰는 글에 에세이 형식이 많다보니 전문 작가들의 필법이 궁금하던 차였다.


 또 하나는 아녜스 푸아리에의 <사랑, 예술, 정치의 실험 : 파리 좌안 1940-50>이다. 사르트르, 보부아르, 카뮈같은 프랑스 지성들의 ‘실험적인 삶’을 엿보고 싶었다. 대한민국 40대 남성의 평균적 삶을 벗어난지 오래, 가끔씩은 불안과 초조감을 피하기 어렵다. 어쩌면 실험적으로 살았던 그들의 모습에서 어떤 위안 혹은 모티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위험하게 살아라”던 니체도 곁에서 구매를 부추겼다.


 마지막은 <뉴욕타임스 부고 모음집>이다. 기사의 형태로 유명인의 생애가 간결하게 정리됐다. 존 스튜어트 밀의 부고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도 죽고 나서 부고란에 이름이 실리는 한 명의 ‘사람’이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이들의 ‘삶’도 당연히 궁금하지만, 그들도 결국 죽는다는 것을 굳이 기사 형식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내 삶의 화두인 ‘삶과 죽음’으로 700페이지가 빽빽하다.


 결국 세 권은 각각 내 최근의 호기심, 시기적 고민, 본질적 화두에 밀착된 셈이다. 그러니 사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고 변명해 본다. 쌓아 놓은 책엔 당시의 관심들이 투영되어 있다. 대부분 때를 놓친 탓에 마른 물티슈처럼 되어버렸다. ‘이번에는...’ 자신 없는 다짐을 한 번 더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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