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간 지하철에서는 취객 한두 명쯤 마주치게 마련이다. 이 자는 차림새부터 술을 먹었다. 러닝셔츠 바람으로와이셔츠를 구겨든채핸드폰에대고 노래를 부른다. 전화기 너머엔 후배 '영훈이'가 있는 모양이다. 형이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를 고성과 엉터리 노래, 바닥에 내뱉는 침으로 끊임없이 어필하고 있었다.
슬슬 도를 넘었다는 생각이 든다. 맞은편에서있던나는폰을 내려보던 눈을 한 번 씩 치뜨면서 영훈이 선배에게 눈치를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두 번아이컨택으로 수그러들 기세가 아니다.
그렇다면 조금 더 강도를 높여 본다. 아예폰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어 정면으로 그 자의 눈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해할 만한 레이저를강하게쏘아보냈다.
그런데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게슴츠레나와눈싸움을벌이던그는 영훈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영훈아, ㅈㄴ 잘생긴 사람이 나를 쳐다본다. 내가 떠드니까 나를 쳐다보는데, 저 아저씨 ㅈㄴ 잘생겼어"
슬그머니 폰으로 눈을 내리 까는 나는 또 뭔가?적대감도사그라들었다. 공중도덕을 내세운 정의감, 뭔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무감이 취객의 '잘생김' 한 장에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아, 나라는 인간은 얼마나 얄팍한가. 이러니 뻔한감언이설로 사기를 치는 자들도 먹고 살 수 있는 것이다.
사진출처 : 네이버 블로그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heri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