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때 ‘스켈레톤’이라는 종목을 처음 알았다. 출발과 함께 가속해야 하는 썰매 종목의 특성상 폭발적인 힘이 필요하다. 금메달을 딴 윤성빈 선수는 240kg의 역기를 들고 스쿼트를 한다고 했다. 허벅지 둘레가 25인치에 달했다.
진화론에 비추어 보면 흥미로운 현상이다. 생물학적 특성은 단기간에 변하지 않는다. 지금 인간의 몸과 수렵생활을 하던 호모 사피엔스의 몸은 거의 같다. 그런데 토끼나 잡는 정도인 줄 알았더니, 단련하기에 따라서는 수백 킬로그램을 들었다 놨다 할 잠재력이 이미, 우리 몸 안에 들어 있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나는 그 잠재력의 극히 일부만 쓰며 살고 있는 셈이다. 꾸준히 훈련한다면 150kg 정도는 나도 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껏 그런 무게를 들어 올릴 일도 없었고 그럴 의지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평생을 토끼몰이꾼 정도로 살아가고 있었다.
근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결단력, 추진력, 지레 멀리했던 수학... 써 보지 않으면 있는지조차 모를 힘이 내 심장에, 뇌세포에 얼마나 오랫동안 잠자고 있었을까. 그런데도 나는 ‘대략 이 정도’ 윤곽선을 그려놓고 그 좁은 공간만 요리조리 칠하며 살았다. 갑자기 억울한 마음이 든다.
※ 사진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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