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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환 Aug 05. 2020

[논구술 강의] 2021 고려대 면접 유의사항

제시문 기반 면접이 필요한 특기자 전형, 일반전형 계열적합형 중심


 올해 고려대 수시면접에는 중요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를 막기 위해 고려대가 수시 면접을 비대면 영상으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지요. 이 글에서는 우선 이러한 면접 방식의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간단히 짚어 본 후, 올 3월에 발표된 <2020학년도 고려대학교 선행학습 영향평가 자체평가보고서>에 기반하여 2021학년도 고려대 면접에서 제시문 기반 면접을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이 유의해야 할 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글의 내용은 아래 영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baGq-Tkeh68



비대면 녹화 면접 도입의 영향은 무엇일까?


 고려대는 지난 6월 12일, 2021학년도 수시 면접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방식은 전형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우선 선발 인원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교추천, 그리고 일반전형 학업우수형 전형은 답변할 문항을 사전에 공개하고 수험생들이 개별적으로 녹화해 업로드하면 면접이 끝나며, 면접관은 이를 pass/fail로 평가합니다. 그러므로 올해 이들 전형을 염두에 둔 수험생들은 면접과 관련된 일반적 유의사항만 숙지한다면 면접에 대한 부담을 크게 갖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특기자전형, 그리고 일반전형 중에서도 계열적합형 전형에서는 여전히 면접 부담이 작지 않습니다. 수험생은 면접 당일 지정된 장소에 가서 문제를 받고, 24분간 문제를 푼 후 8분간 카메라 앞에서 녹화를 해야 합니다. 말하자면 면접관이 카메라로 바뀐 것인데, 예년에는 면접관이 답변을 듣고 뭔가 미흡한 게 있으면 추가 질문을 할 수도 있었지만 올해는 그러한 피드백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수험생은 문제가 요구하는 기본적 내용을 충실히 답해야 하는 것은 물론, 추가 질문이 필요 없을 정도의 완결된 답변을 스스로 구성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차별성을 보여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어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글에서는 고려대가 원하는 답변이 어떤 것인지를 <2020학년도 고려대학교 선행학습 영향평가 자체평가보고서>에서 힌트를 얻어, 남은 기간 이에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지 살펴보겠습니다.



고려대 제시문 면접 답변 준비,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


 <2020학년도 고려대학교 선행학습 영향평가 자체평가보고서>에서는 주목할 만한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올해부터 ‘학교추천’으로 통합된 ‘학교추천Ⅱ’의 문제 해설 중 예년에 비해 상당히 구체화된 채점기준이 공개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내용은 올해 제시문 기반 면접을 준비해야 하는 일반전형 계열적합형, 그리고 특기자전형 수험생들에게도 아주 유용합니다. 문제와 채점기준을 바탕으로 답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을 살펴보겠습니다.          


[문제 1] 제시문 (가)에서 설명한 유교의 입장에서 제시문 (나)의 '자본주의 정신'에 대해 말해보시오.

 

- (가)에 설명된 유교의 특징을 근대 자본주의 정신을 논하는 논리적 근거로 충분히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본주의의 윤리적 합리화를 논하면서 개인의 도덕적 행위의 지향점이 유교 사상과 프로테스탄티즘에서 다르다는 점을 지적할 경우 최고점 부여


- 유교의 특징을 자본주의 정신을 논하는 논리적 근거로 다소 부족하게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본주의의 윤리적 합리화를 논하지만 개인의 도덕적 행위의 목적에서 유교사상과 프로테스탄티즘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지적하지 못할 경우 중간점 부여


- 유교의 특징과 자본주의 정신을 단순히 설명하는 데 그친 경우 하위점 부여


 문제는 제시문 (가)에서 설명한 유교의 입장에서 (나)의 ‘자본주의 정신’에 대해 말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하라는 걸까요? 첫 번째 채점기준을 보면 ‘개인의 도덕적 행위의 지향점이 유교 사상과 프로테스탄티즘에서 다르다는 점을 지적할 경우 최고점을 부여’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반면 두 번째 채점기준에서는 ‘서로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지 못할 경우에는 중간점을 부여’한다고 했습니다. 즉 문제가 유교의 입장에서 자본주의 정신에 대해 말해보라 한 것은, 둘이 어떤 점에서 다른지를 명확하게 파악하여 밝히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출제자의 요구는 세 번째 채점기준에서 욱 뚜렷이 나타납니다. ‘유교의 특징과 자본주의 정신을 단순히 설명하는 데 그친 경우 하위점을 부여’한다고 했지요. 말하자면 단지 유교는 어떻고 자본주의 정신은 어떻다는 식의 제시문 내용 나열만으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전통적으로 고려대 제시문 기반 면접 문제는 ‘논쟁’이나 ‘대립’, ‘마찰’을 전제로 합니다. 그러므로 고려대 수험생들은 문제 안에 들어있는 이러한 마찰 구조부터 정확히 찾아내는 안목을 키워야 합니다. 위 문제의 출제 의도가 암시하는 바 또한 바로 그것입니다. 독해력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그러한 대립구도 안에서 제시문을 이해할 수 없다면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고려대 제시문 면접을 준비할 때에는 항상 문제 안에 들어 있는 대비 구도의 존재를 의식하면서 제시문을 읽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개별 제시문 자체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이것을 다른 제시문과의 관계 안에서 능동적으로 이해해 보겠다고 마음먹는 것이 문제의 취지를 이해하거나 답변을 명확히 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문제 2] 제시문 (나)와 (다)를 참고해서 사회에 미치는 윤리 사상의 영향에 대해 말해보시오.


- 서구 근대 자본주의와 유교 자본주의의 특징을 충분히 이해함으로써 비교의 근거를 마련하고, 두 자본주의 발전의 정신적 토대의 차이점을 지적한 후, 특정 윤리 사상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예를 들어 설명할 경우 최고점 부여. ex) 상대주의 및 보편주의 윤리, 불교, 도교, 동학 정신 등


- 서구 근대 자본주의와 유교 자본주의의 특징을 이해해서 비교의 근거를 마련하지만, 두 자본주의의 차이점을 지적하는 데 그치고 윤리 사상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할 경우 중간점 부여


- 서구 근대 자본주의와 유교 자본주의의 특징을 이해하였지만, 두 자본주의의 차이점을 단순히 설명하는 데 그칠 경우 하위점 부여


 첫 번째 채점기준을 보면 ‘두 자본주의 발전의 정신적 토대의 차이점을 지적한 후, 특정 윤리 사상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예를 들어 설명할 경우 최고점 부여’라고 했습니다. 그 아래 채점기준에서는 ‘두 자본주의의 차이점을 지적하는 데 그치고 윤리 사상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할 경우 중간점 부여’라고 했지요. 둘을 비교해 보면 수험생이 사례를 들어가면서 설명을 했는지 여부가 최고점과 중간점을 가른 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고려대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내용의 명확성과 구체성을 높인 답변을 높이 평가합니다. 이러한 특성은 고려대에서 발간한 <학생부 종합전형 안내서>에도 잘 나타납니다.


 “제시문에 이미 언급되어 있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적절한 사례를 제시한다면 보다 풍부한 답변을 만들 수 있습니다.” (2021학년도 고려대학교 학생부 종합전형 안내서 p.41)


 그러므로 고려대 면접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어떤 제시문을 읽거나 해당 주제를 공부할 때, 항상 그 내용 또는 주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례와 예시를 찾아보는 버릇을 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평소 꾸준히 챙겨 두어야 합니다. 사례는 하루아침에 생각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 3] 제시문 (가)~(다)를 종합해서 제시문 (라)에 제기된 문제의 해결 방안을 말해보시오.


- 제시문 (라)에 기술된 자본주의의 문제들을 충분히 설명하고, 서구 근대 자본주의와 유교 자본주의의 정신적 토대를 참고해서 위에 언급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개인 차원, 시민사회 차원, 국가 차원으로 구별해서 제시할 경우 최고점 부여


- 제시문 (라)에 기술된 자본주의의 문제들을 설명하되, 서구 근대 자본주의와 유교 자본주의의 정신적 토대를 참고해서 위에 언급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개인 차원, 시민사회 차원, 국가 차원으로 충분히 구별하지 못하고 제시할 경우 중간점 부여


- 제시문 (라)에 기술된 자본주의의 문제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서구 근대 자본주의와 유교 자본주의의 정신적 토대를 참고해서 위에 언급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개인 차원, 시민사회 차원, 국가 차원으로 구별하지 못하고 제시할 경우 하위점 부여


 문제는 제시문을 종합해서 해결 방안을 말해 보라고 했습니다. 각자 자신이 생각한 방안을 답하면 되겠지만 여기서도 고려대가 어떤 답변을 좋아하는지 알아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채점기준을 보면, ‘위에 언급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개인 차원, 시민사회 차원, 국가 차원으로 구별해서 제시할 경우 최고점 부여’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그 아래 채점기준들을 보면 방안을 제시하기는 했는데 차원을 충분히 구별하지 못하고 제시할 경우 중간점, 그리고 차원을 전혀 구별하지 못하고 방안을 제시할 경우에는 하위점을 준다고 되어 있지요. 즉 출제자는 수험생이 이 문제의 해결 방안을 이처럼 세 가지 측면에서 각각 답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를 풀어 본 수험생은 알겠지만, 이 문제에서 출제자가 기대한 대로 ‘개인, 시민사회, 국가차원’이라는 개념을 생각해 내기란 사실상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 채점기준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점이 있습니다. 고려대는 일정한 질서나 체계가 있는 답변을 선호한다는 사실입니다. 그게 ‘개인, 시민사회, 국가’처럼 출제자가 기대한 바와 부합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유사한 체계를 갖추어 답변을 구성했다면 그렇지 않은 답변, 예컨대 해결 방안을 막연히 뭉뚱그려 답하거나 두서없이 나열하기만 한 답변보다는 훨씬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요. 즉 고려대 제시문 기반 면접에서 답변을 구성할 때에는 그 안에 질서, 조금 어려운 말로 ‘체계’를 부여할 여지가 있는지를 염두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위기는 항상 기회를 동반합니다. 변화의 시기에는 누구에나 한 번쯤 기회가 오게 마련입니다. 다만 이를 포착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지요. 올해 고려대 수시 면접이 비대면 녹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발표됐을 때 몇몇 수험생들은 아나운서 학원이나 방송 아카데미를 찾아야 하는지 묻기도 했습니다. 이는 고려대 제시문 기반 면접의 본질과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하나의 영상 안에 논리적으로 완결성 있는 답변을 짜 넣을 것이며, 여기에 중간점을 최고점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차별성을 담아내느냐와 같은 내용적 고민과 연습입니다. 수험생 여러분의 건승을 빕니다. 



※ 글의 내용은 영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baGq-Tkeh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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