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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환 Jan 29. 2022

[讀한놈] <학문의 즐거움>, 히로나카 헤이스케

학문을 매개로 창조의 즐거움을 말하다


 대학원 석사논문 주제로 야심찬 기획을 낸 적 있다. 국제정치 이론을 하나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었는데, 교수님은 "'석사(master)'는 그 분야에 대해 자신이 전문가(master)임을 논문으로 밝히는 것이다. 독창적인 연구는 박사 때"라는 말씀으로 나를 돌려세웠다.


 결국 남들도 쓸 만한 논문 하나를 던지고 졸업했지만, 가끔은 '그때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볼껄'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기여한다면 당연히 좋은 일일 것이되, 설령 라면받침이 될지라도 뭔가의 절대적인 주권자가 되는 일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저자가 말하는 '학문의 즐거움' 역시 '창조의 즐거움'이다. 학문을 한다는 것은 창조를 한다는 것이다. 수학자인 그의 창조물은 학문적 성과('특이점'에 대한 연구)였지만 그가 강조하는 창조의 방법론은 학문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발적 흥미와 포기하지 않는 끈기, 가설을 던지는 용기와 이를 입증하는 책임감... 창조가 학문의 영역에 머물지 않듯, 그가 제시하는 조언도 삶의 모든 국면에 유용하다.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 내었을 때, 나는 하나의 왕국을 건설하고 거기서 절대적인 주권자가 된다. '창조'라는 말의 무게에 겁먹을 필요도 없다. 지금 이렇게 글을 씀으로써 나는 또 하나의 손바닥만한 세상을 만들어 낸 셈이다. 읽히지 않으면 또 어떤가. 피조물은 조물주의 기쁨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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