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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환 Jan 27. 2022

[오늘의 私설] 남을 보면 내가 보여

 출근길 지하철에서 갑자기 주저앉는 여성을 간혹 본다. 어리숙한 남자라면 '갑자기 ㄸ이 마렵나?' 할 것이다. 반면 대부분의 여성은 그 상황을 이해하고 안쓰러워 한다. 생리통을 겪은 사람은 그 모습을 생리통으로 해석할 줄 알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면, 타인의 통증을 볼 줄 아는 사람은 그 자신이 통증을 아는 사람이다.  


 내가 아는 어떤 커플은 한 쪽이 잠시라도 연락이 안 되면 눈에 쌍심지를 켰다. 둘은 클럽에서 만난 사이였다. 상대방이 전화를 안 받으면 춤추고 비벼대는 장면부터 떠올랐다. 무응답을 '노느라 안 받는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은, 그 자신이 노느라 상대방의 전화를 안 받는 사람이다.  


 MBTI니 뭐니 하지만 가장 간단하고 정확한 자기진단법이 있다. '내가 타인의 모습을 어떻게 보는지'다. 툭하면 남을 거짓말쟁이로 매도하는 자는 자기가 거짓말쟁이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상대를 잘 믿는 사람, 타인을 진실한 사람이라 여기는 이는 (멍청이가 아닌 한) 그 자신 내면이 진실하다.


 카페에서 크림빵 하나를 사는데 3분이나 걸렸다. 내 앞에서 케익을 주문하던 여자는 이 앱을 열었다가 저 앱을 열었다가, 쿠폰을 내밀었다가 차액을 냈다가, 전화번호를 누르다가 고쳤다가... 뻘쭘하게 서 있다가 부아가 치밀었다. 아 거 참, 되게 푸닥거리네. 뒷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 인간이야. 현금영수증 얼마나 된다고 좀스럽기는...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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