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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환 Feb 02. 2022

[讀한놈]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故 이태석 신부


 신의 존재를 논리적으로 증명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는 것에 비해 불완전하다. 신은 완전한 존재다. 그러므로 신은 존재한다.' 하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다. 신이 정말 완전한지, 부존재가 존재에 비해 불완전한 것인지, 따지려면 끝도 없다.


 신의 존재를 알게 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누군신의 이름으로 숭고한 일을 해 낼 때다. 없는 존재를 믿으면서 저런 일을 해 낸다고는 도저히 여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태석 신부님그랬다. 지구상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인 남수단 톤즈에서 가톨릭 사제로, 의사로, 교육자로 불꽃처럼 살았다. 심지어 신부님은 그 모든 역할에서 완벽했다.



 그러나 그 역시 인간이었다. 여러 몫을 해 내다 보니 삶이 빨리 소진되었다. 2008년 11월, 잠시 한국에 들렀다가 대장암이 발견되어 톤즈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 신부님은 결국 2010년 47세로 선종하고 말았다.


 그가 인간이라는 사실은 내게 부끄러움과 위안을 동시에 준다.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에서 신부님이 행한 일과 그의 생각들을 읽어가다 보면  자신이 너무 초라해진다. 같은 인간이면서 나는 왜 이 지경이란 말인가.


 동시에, 그 역시 나와 같은 인간이었다는 사실은 한가닥 위안이 되기도 한다.  안에도 조금은 저와 같은 빛이 있으리라. 그러고 보니 그의 삶은 세상을 구원하려 굳이 인간의 몸으로 살다 죽었다는 예수님의 공식과 꼭 닮았다.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와 함께 보아야 할 컨텐츠가 있다. 신부님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다. 울지 않으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인간의 내면 아주 깊은 곳이 울릴 때 나오는 울음 불가항력이. 신부님 사후에 제작진이 신부님 사진을 들고 나환자촌을 찾는 장면을 특히 주의할 것. 신이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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