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마뜩찮다#2표수#3마뜩찮다#4마뜩잖다#5폐쇄음 'ㄱ' 앞에서 '하'가 통째로 떨어져 줄어들기 때문에 '마뜩지않다<마뜩잖다'가 바른 표기. 표제어 수정에 따라 발음, 활용 정보 모두 수정해야 함.
처음 사전 일을 배울 때 기호 '#'을 만났다. 아래아 한글 문서에 #1#2#3#4#5의 문자열이 들여쓰기 없이 타이핑돼 있었다. #1에는 정보가 보완되어야 할 표제어, #2의 '표수'는 '표제어 수정'의 약호, #3은 수정 전 사항, #4는 수정 후 사항, #5는 수정의 근거를 기록한 메모임을 빠르게 익혀야 했다. 각 #들을 엑셀에서 구분자 탭 '기호 없음'으로 지정해 저장하면 각각의 셀로 나뉘어 보기 좋게 옮겨졌다. 필터를 걸면 추가, 삭제, 수정된 표제어와 뜻풀이, 용례, 문법 정보, 문형 정보 등의 개수가 기계적으로 뽑혔다. 오늘 내가 만든 '샵(#)' 개수는 체계적 사전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정예의 벽돌이 되었다.
신어를 수집하면서 다시 '#'을 만났다. '샵'이 아닌 '해시태그'로 불렸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에스엔에스(SNS) 게시물 하단엔 어김없이 복수의 해시태그가 줄줄이 걸렸다. '#혼밥' 등의 짧은 키워드부터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의 줄임 말)#개운해#내일도할거임' 등의 '짧은 글 짓기'에 버금갈 단문에 이르기까지 해시태그는 날로 진화하고 있었다. #은 디지털 매체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펄떡거렸다. 해시태그는 원초적 메타 언어였다. '#키워드'를 누르면 단숨에 비슷한 감정과 사유의 세계로 날아갔다. '#키워드'를 누름과 동시에 넓고 깊은 그물이 광속으로 끝없이 펼쳐졌다. 해시태그를 따라가다 보면 어떤 욕망을 만났다. 놀랍게도 그 속엔 보편성과 고유성이 같이 존재했다.
기호 '#' 앞에선 늘 가슴이 두근거렸다.
'삐' 소리가 나면 녹음해 주시고
'우물 정(井)' 자를 눌러 주세요.
끝내 '#'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첫사랑이 떠났다.
≪바이엘 하≫의 '샵(#)' 앞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긴장한 손가락은 검은건반 앞에서 꼭 미끄러졌다. 고쳐 친 반음은 소리가 조금씩 이상했다.
기호 '#'이 있는 곳은 일종의 관문이었다.
그 너머엔 새로운 세계가 있었다.
기호 '#' 앞에선 습관처럼 '흡' 하고 들숨이 쉬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