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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슴푸레 Mar 29. 2023

좋은 게 좋은 거지

-국어사전에 영영 오르지 않았으면 하는 관용 표현

  뭔가 짬짜미가 있거나 벌이려고 할 때 쓰는 어둠의 말.

개인의 선택권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군말 없이 따르거나 같이 눈감을 것을 부드럽게 종용하는 말.

무엇이 좋은지, 누구에게 좋은지는 생략한 채 쐐기를 박듯 일순간 상황을 정리하며 던지는 말.

아직 국내의 국어사전에 없어서 어떤 면에선 다행인 말.


좋은 게 좋다

  명제적 관점에서 뜯어 보면


ㄱ. 좋은 건 좋다. (참)

  ㄴ. 좋지 않은 건 좋다. (모순)

 ㄷ.  좋은 건 좋지 않다. (모순)

  ㄹ. 좋지 않은 건 좋지 않다. (참).


 '좋은 게 좋다'가 쓰이는 상황적 맥락은 ㄴ일 때가 많고, 듣고 반감이 들 때 ㄷ, ㄹ로 생각이 발전한다.

정말로 '모두'에게 좋은 ㄱ은 일상적으로 쓰이는 '좋은 게 좋다', '좋은 게 좋은 거지.'와 전혀 의미가 다르다.

 

(나에게) 좋지 않은 일이 (너에게는) 좋은 일이며,

(나에게) 좋은 일이 (너에게는) 좋지 않은 일이고

급기야 (너와 나에게) 좋지 않은 일은

(너와 나에게 모두) 좋지 않은 일이라는 의식의 흐름이 물 흐르듯 이어진다.


  사람에 따라선 (너에게) 좋은 일이 (나에게) 좋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노(no)!'를 외쳐 부러 갈등의 빌미를 만들지 않도록. 


내가 좀 참으면 되지. 내가 일 좀 더 하면 되지.


누이 좋고 매부 좋게 하면서도 정작 나는 그 이로움에서 스스로를 배제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깜깜해졌다.

나는 도저히 알  없는 모종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만 같아서.

나에게 저 말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면 마음이 한없이 깜깜해진다.


회사 등 공적인 영역에서 어렵지 않게 듣던 말을

가족, 친구 등 사적인 영역에서 듣는 것도 모자라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스스로에게 세뇌하듯 하고 있을 땐

온 사방이 깜깜절벽이다.

여러 영역에서 무심코 내뱉었을 그 말이 나에게 돌아오는 순간이다.


당장에 불을 켜고 당당히 '노(no)!'를 외친다.


세상에 좋은 게 좋은 건 없어.
싫은 건 싫은 거고
아닌 건 아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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