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저마다 듣고 자란 말 중에 맺힌 것이 있다. 나에게는 단연 "어디서 어린양이야." 앞에는 "이놈의 새끼."가, 뒤에는 "뚝 안 그쳐?"가 따라왔던가.
어린아이에게서 어린애다움을 단숨에 몰수하는 말. 이제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니 어른스러워져야 한다는 말. 아직 어린애지만 어린애 같은 행동거지는 더 이상 봐줄 수 없다는 말. 그러므로 계속 어린애같이굴었단 국물도 없다는 말. 그 수많은 함의에 나는 단단히 위축되었다.
일갈했었다. 내가 울먹거리면. 억울해서, 슬퍼서 입을 떼려 하려 하면 내게 돌아오는 말은 언제나 "어디서 어린양이야."였다. 듣기 싫으니, 들어 줄 여유가 없으니, 너 아니어도 충분히 심신이 피곤하니 나를 괴롭히지 말라는 말로 들렸다. 너의 애교도, 너의 눈물도 내게 더 이상 통하지 않으니 시작해 봐야 헛수고라는 말로 들렸다. 낮게 깔린 아버지의 목소리는 냉담이라기보다공포였다. 계속해서 어린양을 피웠다간 당신의 사랑이 한 번도 없었던 것처럼 거두어질 것만 같았다.
우는 아이를 혼내며 똑같이 이 말을 내뱉을 때 소스라치게 놀랐다. 가슴에 맺힌 그 말이 세상 하나뿐인 내 아이에게 날아가 꽂힐 때, 나는 정확히 그때로 돌아가 그 화살을 다시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