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無). 일부 명사 앞에 붙어 ‘그것이 없음’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성의'에도 붙고 '신경'에도 붙지만 한 몸인 듯 '무성의'가 되고, '무신경'이 되면 전혀 다른 말이 된다. 매해 받은 무성의한 선물은 그러려니 십분 이해해도, 매번 옆에 있는 이를 아랑곳않고 내뱉는 무신경한 말엔 이상하게 언짢아진다. 무성의는 무해하나 무신경은 유해하다. 무신경한 사람의 무신경한 말에 "생각 좀 하고 말해.", "너는 뇌가 없냐?"라는 다소 과격하고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더 이상 타인의 무신경한 말에 상처 입지 않으려면 모두에게 무신경해져야 하나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만 신경 끄겠어. 하는 자포자기의 맘이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 마음을 먹은 직후부터 거의 모든 말에 온 신경이 곤두섰다. 나의 신경을 거스르는 남의 잘못인가, 남의 말을 무미건조하게 받지 못하는 나의 잘못인가. 그 사이에서 수없이 길을 잃었다.
유레카! 한참 뒤 나는 깨달았다.
그에게 나는 중요하지 않으므로 저렇게 말하는 것이라는 것을. 누구에게나 저렇게 말하는 그는 자기만 중요하다는 것을.
그제야 편안할 수 있었다.
그동안 '무성의' 받고 '무신경' 노(No) 했으나, '무신경' 받고 '무신경'예스(Yes) 했다. 다만 후자에는 조건이 있었다. 그것은 내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어야 했다.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신경을 끄는 것이 맞았다.